문현빈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득점 2도루를 기록해 팀의 7-2 대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승부처인 6회 빅 이닝을 끄는 주인공이 됐다. 한화 타선은 5회까지 두산 선발 잭 로그에게 꽁꽁 묶였다. 까다로운 투구 폼의 로그는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과 달아나는 스위퍼, 횡변화하는 두 구종을 바탕으로 한화 타자들을 잡아냈다.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한화 좌타자들이 6회 그를 무너뜨렸다. 1사 후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안타를 쳤고, 이어 문현빈이 연속 안타로 1·3루 밥상을 차렸다.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 플로리얼이 6회 무사 1,3루 노시환 타석때 이중도루로 선취 득점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 문현빈이 6회 1사 1,3루 노시환 타석때 더블 스틸 시도 2루 도루 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이때부터 한화의 발야구가 시작됐다. 두 주자는 노시환의 적시타를 기다리지 않았다. 문현빈이 2루로 내달리자 포수 양의지가 저격을 시도했다. 함정이었다. 문현빈이 산 건 물론 3루 주자였던 플로리얼까지 안전하게 홈으로 쇄도했다. 베테랑 양의지답지 않은 판단이었다.
예상 밖 일격을 당하자 두산 배터리가 흔들렸다. 로그는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줬고, 문현빈은 후속 채은성 타석 때 3루 도루까지 연달아 성공했다. 2루가 비자 이번엔 1루 주자 노시환까지 베이스를 훔쳤다. 말 그대로 '멘털붕괴'가 일어날 상황. 한화는 김태연이 당황한 로그에게 적시타를 쳐 2타점을 더했다. 장타가 아닌 단타와 볼넷, 발로 만든 3점이었다.
한화는 이후 2사 1·3루 상황 때 대주자 이원석까지 2루를 훔쳤고, 이는 다시 단타로 2타점을 수확하는 시발점이 됐다. 한 이닝 5도루. 1990년 6월 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LG 트윈스가 해태(KIA의 전신) 타이거즈를 상대로 달성한 이후 35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빅 이닝을 만든 건 단연 안타와 2도루를 기록한 문현빈이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더블 스틸 상황에 대해 "사인이 나긴 했다. 별개로 김재걸 코치님께서 상황만 맞다면 도루해도 좋다고 준비하라 하셔서 대비하고 있었는데 사인이 나 바로 뛰었다"고 했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있어도 주눅들지 않았다. 문현빈은 "포수는 신경 쓰지 않았고, 계속 투수의 습관, 타이밍을 분석해왔다. 분석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주루뿐 아니라 방망이도 화끈했다. 문현빈은 첫 타석에서도 까다로운 로그의 바깥쪽 커터를 공략해 팀의 첫 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7회 때는 2루수 앞 타구를 친 후 전력으로 뛰어 내야 안타를 얻어냈다. 후속 타자 노시환이 짧은 안타를 쳤을 때는 또 전력으로 달려 3루 진루를 해냈다. 그가 얻은 한 베이스는 폭투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9회 마지막 타석 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로 장타력까지 증명했다.
문현빈은 오직 팀 연승으로 이어졌다는 데 만족감을 전했다. 그는 "계속 팀 연승을 목표로 삼고 뛰었다"며 "팀 연승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고, 거기에 내가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는 중심 타순 출전에 대해서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타선 분위기도 좋아지는 것 같다. 계속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