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h 광속구에 가려진 기록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복덩이'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29)는 볼넷도 적다.
감보아는 KBO리그를 흔들고 있는 투수다. 롯데 '장수 외국인' 찰리 반즈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뒤 대체 선수로 영입된 그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5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오래 멈춰 있는 습관이 간파 당해 주자 관리에 애를 먹어 많은 실점(4)을 기록했지만, 이후 세 경기에서는 모두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해내며 3연승을 거뒀다.
왼손 투수가 최고 157㎞/h 강속구를 뿌린다. 투구 동작은 크지만, 디셉션(공을 쥔 손을 숨기는 동작)이 까다로워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타격 타이밍을 맞히기 어렵다. 무엇보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모두 10% 이상 구사율을 기록하며 다양한 공 배합을 펼친다. 2015년 8월,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던 에스밀 로저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단기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보아가 KBO리그 네 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기록은 구속이 아니다. 바로 볼넷 허용이다. 5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5월 27일 삼성전을 포함해 네 경기에서 총 5개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내준 2개가 한 경기 기준 최다였다.
네 경기에서 감보아가 기록한 스트라이크 비율은 67.4%(383개 중 258개)이다. 박세웅(63.2%)뿐 아니라 터커 데이비슨(65.1%)보다 스트라이크존 안에 꽂는 비율이 높다.
물론 이 기록으로 감보아의 제구력을 평가하긴 어렵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고, 꼭 제구력이 좋은 건 아니다. 미국 무대 마이너리그 시절, 감보아는 이닝(359와 3분의 2) 대비 다소 많은 170볼넷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는 감보아의 빠른 공이 통하고 있다.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얘기다. 분명한 건, 우려와 달리 감보아의 볼넷 허용이 많지 않다는 것. 감보아에 앞서 롯데에서 오래 뛴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2015~2019), 반즈(2022~2024)는 KBO리그 첫 네 경기 기준으로 각각 8볼넷을 기록했다.
볼넷은 투수의 구위나 제구뿐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의 성향·멘털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라고 모두 볼넷 관리를 잘 한 건 아니다.
감보아도 스트레이트 볼넷이나 사구를 내줬다. 공이 손에서 빠질 순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아직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감보아는 2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유독 좌투수를 잘 공략하고, 감보아에게 '땅보아'라는 굴욕적 별칭을 안긴 상대다. 감보아가 설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