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4실점, 믿었던 에이스의 부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원태인에게 아리엘 후라도가 다가왔다. 후라도는 전날(21일)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막았지만, 5실점을 하며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 선수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역적이다"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6회 말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김영웅이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승부가 원점이 됐다. 강판 후 치료실에서 보강 치료를 받으며 TV로 해당 장면을 지켜본 원태인도 감탄했다. 그리고 7회, 김영웅이 다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전을 만들자, 원태인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를 안아줬다. 원태인은 "영웅이가 정말로 고맙고 기특했다"라고 돌아봤다.
원태인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무사사구 4실점했다. 0-4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패색이 짙었지만, 타선이 폭발하면서 7-4로 역전승했다. 김영웅의 연타석 3점포가 빛났다.
원태인. 연합뉴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강판 상황을 돌아보면서 "'내 기운이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홈 팬들 앞에서 아쉬운 모습을 안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데 선수들이 나한테 와서 '고생했다, 누가 너한테 돌을 던지냐, 고맙다'라고 얘기해 주더라.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분이 묘했다. 동료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원태인은 "그 이상한 기운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타자들이 바로 동점을 만들어 주더라"며 웃었다. "이런 분위기를 느끼면서, 이 팀이 '강팀이 되고 있구나, 더 강해질 일만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원태인은 패배를 막고,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홈런을 친 (김)영웅이도 고맙지만, (패배를 막아준) 모든 야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불펜 (이)호성이와 (김)재윤이 형도 연투에도 잘 던져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홈런 친 김영웅을 안아 주는 원태인. 삼성 제공
자책하던 후라도와도 희망의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우리가 두 경기만 더 던지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정규시즌부터) 우리 둘 다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지다 보니 이제 힘들긴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은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두 경기만 더 던지면 우승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오는 PO 5차전 등판이 어렵다. 두 선수가 말한 '두 경기'는 한국시리즈에서의 등판을 말한 것이다.
원태인은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내일부터 다시 준비를 하려고 한다"면서 "영웅이가 5차전까지 한 경기만 더 미쳐주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영웅이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5차전에서 좋은 활약을 해서, 후라도와 내게 밥값을 할 기회를 한 번 더 줬으면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