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이준혁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가 K패션계에서 화제다. ‘레이디 두아’는 사치품을 향한 상류층의 다양한 욕망을 다양한 인물을 통해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극 전반에 명품을 잘 알거나 현장에서만 쓰이는 은어가 대사로 등장하면서 업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다. 국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나 델보 등의 ‘억’ 소리 나는 가방이나 액세서리와 함께 실감 나는 대사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설 연휴 ‘레이디 두아’를 몰아보며 여가를 보냈다. 그는 “화려한 명품의 세계를 엿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며 “여주인공 신혜선의 연기가 탁월한 데다가 대사도 정말 사실적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패션을 잘 아는 A씨도 생소한 대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극중 우효은 역의 정다빈이 동대문시장에서 가품 가방을 구매하면서 “우수리는 됐으니까 똥꼬나 잘 맞춰줘요”라고 하던 장면은 소위 전문용어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서 ‘우수리’란 물건값을 제하고 받는 거스름돈을 뜻하는 표준어다. ‘똥꼬를 맞춰 달라’는 명품 가방 모서리에서 서로 마주하는 브랜드 로고나 그림 따위가 어긋남이 없게 해 달라는 의미의 은어다.
온라인에서 명품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이들에게는 친숙한 대사도 차고 넘친다. “클미(샤넬 클래식 미디엄 플랩백) 은장 풀렸다고 단톡 터졌다”, “압현(압구정현대)·압갤(압구정갤러리아) 동시 대기탔다”, “롯본(롯데백화점 본점) 넘어간다” 등은 평소 럭셔리 브랜드를 잘 알고 좋아하는 팬들이 자주 쓰는 용어다.
온라인 명품 쇼핑 정보 거래 커뮤니티 ‘시크먼트’ 회원인 B씨는 “지금은 좀 덜하지만 팬데믹 시기에는 샤넬과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를 향한 보복 소비 열기가 강해서 어느 백화점 명품 매장을 가도 줄을 서고,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며 “지금도 일부 브랜드의 핫 아이템을 구할 때는 저런 단어를 쓰곤 한다”고 설명했다.
악어가죽으로 제작한 추정가 9800만∼2억원대 에르메스 버킨백 '버킨 30 포로수스 크로커다일 로제 뽀로푸르' 연합뉴스 ‘레이디 두아’의 또 다른 매력은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명품 한정판 제품을 보는 재미에 있다. 사라 킴을 연기한 신혜선은 1회부터 에르메스의 ‘버킨 30 팔라듐 하드웨어’를 들고 등장해 명품족들을 열광케 했다. 약 9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을 호가하는 이 가방은 반짝이는 닐로티쿠스 최상급 악어가죽으로 만들었다. 붉은색과 보라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러즈 퍼플 컬러로 시중에서 구하기도 힘들다는 전언이다.
B씨는 “이런 가방은 돈이 많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에르메스에서 평소 쌓은 실적과 고객과 어울리는지 여부를 판단해 브랜드에서 판매할지 말지 결정한다. 그 자체가 계급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선이 해당 회차에서 메고 나온 디올의 ‘레이디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역시 2017년 당시 전 세계 150개만 풀린 제품으로 매우 희귀하다. 거울이 파편처럼 보이는 아트워크 디자인으로 한국 작가인 우국원과 협업한 아트피스 라인이다. 예술작품에 준하는 희소성과 소장 가치로 인해 현재 국내 리세일 가격은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레이디 두아’의 히로인 신혜선은 매 회차 럭셔리한 스타일링을 휘감고 나와 펀덱스 2월 2주차 TV·OTT 드라마·비드라마 통합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레이디 두아’ 역시 TV·OTT 드라마·비드라마 통합 화제성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치를 싫어하는 동시에 열렬하게 추구하는 대중의 욕망을 꿰뚫어 본 결과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에도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같은 명품 브랜드 제품이라도 희소성과 경제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VIP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