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송된 KBS 공사창립 대기획 4부작 다큐멘터리 ‘성물’ 2부 ‘초대’는 시각장애인 수녀 마리아의 삶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평화를 찾은 믿음의 세계를 조명했다. 이날 방송은 전국 시청률 4.1%(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이탈리아 토리노 성당에 보관된 성물 ‘성의’로 시작했다. ‘성의’는 십자가형 이후 예수의 몸을 감싼 것으로 알려진 아마포로, 희미한 남성의 형상이 남아 있어 ‘가톨릭 최대의 미스터리’로 불린다. 천 위에는 고통의 흔적과 피 자국이 남아 있어 성경 속 십자가 수난을 떠올리게 한다.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성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신앙적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시각장애인 마리아 수녀 역시 ‘성의’에서 깊은 위로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주님의 현존을 느낀다”며 성의가 자신에게 특별한 징표라고 말했다.
마리아는 11세 때 악성종양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가 ‘왜 하필 저인가요? 제가 뭘 잘못한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며 당시 세상을 원망했던 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마리아는 어느 날 수녀원에 가겠다고 결심했고 “바깥 세상은 제가 원하는 걸 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전했다. 그는 “제 삶의 주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믿음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후 마리아는 28세에 성 가예타노 수녀회에 입회했다.
수녀회에 들어간 뒤 마리아는 토리노 대성당을 찾았고 ‘성의’ 앞에서 기도했다. 그는 “그때 마음에 큰 평화를 느꼈다. ‘전 괜찮아요. 제 시력은 절망한 다른 사람에게 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앞을 볼 수 없지만 마리아는 다른 수녀들과 함께 기도하고 빨래와 청소를 돕는 등 일상 속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찾아 성체를 나누는 봉성체 활동에도 참여한다. 또 수녀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일상을 SNS에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마리아에게 이는 또 하나의 기도이자 수행이다.
마리아는 “믿음 안에서 희망 안에서 주님 덕분이다. 모두 하느님의 선물”이라며 “넘어지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믿음의 의미를 전했다.
특히 마리아를 비롯한 성 가예타노 수녀들은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가톨릭 국제 청년 순례 행사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제작진에게 밝혔다. 과거 해외 선교를 희망했지만 건강 문제로 이탈리아를 떠나지 못했던 마리아가 한국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성물’ 3부 ‘말씀’에서는 튀르키예의 청년 아지즈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이스탄불의 하루는 알라를 찬미하는 기도 ‘아잔(Azan)’으로 시작되고, 사람들은 성지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 신의 말씀 ‘쿠란’은 무슬림의 삶 속에서 소리와 리듬으로 살아 움직인다.
열여덟 살 청년 아지즈는 한 사건 이후 삶이 무너져 학교도 그만둔 채 방황하고 있다. 그는 “왜 항상 고통을 주시는 건지, 왜 항상 저인지…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신을 향한 원망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긴 방황 끝에 아지즈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신의 사랑이 담긴 말씀 ‘쿠란’이었다. 말씀을 통해 삶을 회복해 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는 3부 ‘말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