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개입 의혹을 직접 수사하기로 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특별감사를 추진한다. 여기에 국회는 청문회 예고했다. 그럼에도 정작 대한축구협회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은 1일 정몽규 회장과 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2024년 홍명보 감독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정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관계자들을 조사해왔지만, 2년 가까이 법리 검토에 머물면서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행정법원 1심 판결이 나오고 정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하면서 수사의 실효성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졌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논란의 시작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었다. 당시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협회는 행정소송으로 맞서며 갈등이 장기화됐고, 대표팀은 월드컵 준비보다 행정 논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성적으로 논란을 잠재우길 기대했지만, 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오히려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 월드컵 참패는 그동안 누적돼 온 협회 운영에 대한 불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월드컵 종료 직후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고강도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최 장관은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에서 참혹한 실패를 겪은 원인을 국민 앞에 명확히 규명하겠다"며 감독 선임 과정은 물론 협회의 운영 전반과 선수단 관리, 대회 기간 내부 통제 문제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체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과 원인 분석, 재발 방지와 개선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도 움직인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등을 증인으로 불러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수사와 문체부 특별감사, 국회 청문회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팬들의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협회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책임 있는 설명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독 선임 논란으로 시작된 의혹은 이제 협회의 운영 전반을 향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