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스타전에서 제이미 로맥이 맥아더 장군 복장으로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창원=양광삼 기자 1년에 딱 하루, 경쟁에 임하는 땀보다 웃음을 자아내는 재기가 더 박수받는 무대. 바로 올스타전이다. 특히 모든 선수가 후보자로 나서 경쟁하는 '베스트 퍼포먼스상'이 축제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베스트 퍼포먼스상은 2019년 신설됐다. 수여 기준은 '쇼맨십을 발휘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 그저 그라운드 위 허슬 플레이에 그치지 않고, 준비한 복장과 제스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했다.
초대 수상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장수 용병 제이미 로맥이었다. 그는 한국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연상케 하는 제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타석에 섰다. 소속팀 연고지가 인천이라는 점을 착안해 '로-맥아더'로 변신한 것.
당시 SK 선수들은 베스트 퍼포먼스상 도전에 '진심'이었다. 특히 슈퍼스타 최정은 공사 현장 안전모를 착용해 자신의 별명인 '홈런공장장'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이후 올스타전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년 연속 열리지 않았다. 3년 만에 돌아온 2022년부터 모든 출전 선수가 베스트 퍼포먼스상에 도전하는 것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경쟁했다.
2022년 퍼포먼스상 수상자는 별명 '태군마마'를 모티브로 곤룡포를 입고 마치 왕처럼 행동한 김태군(현 KIA 타이거즈)였다. 당시 리그 최단신 선수였던 김지찬(삼성)은 노란색 유치원 모자와 캐릭터 가방을 메고 등장해 김태군에 대항했다.
2023 올스타전에서 세계적인 가수 제니의 솔로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김민석. 사진=롯데 자이언츠 2024 올스타전에서 라이더로 변신한 황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김태형(왼쪽)의 반려견으로 변신해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황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최근 4시즌(2023~2026)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들이 유독 강했다. 2023 올스타전에서는 당시 신인이었던 김민석(현 두산 베어스)이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솔로곡에 맞춰 수준급 댄스를 선보였다. 2024 올스타전에서는 그해 주전으로 도약한 황성빈이 '배달의 마황'이라는 문구를 새긴 헬멧과 라이더(배달 기사) 복장을 착용한 뒤 웃음을 자아내는 퍼포먼스를 연달아 보여주며 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오늘은 웃을 주는 게 목표인 자리(올스타전)였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올해도 주인공은 황성빈이었다. 11일 열린 올스타전 7회 말 타석을 앞둔 그는 강아지 모자를 착용하고 개껌 모양 인형을 문 채 등장했다. '애견인'으로 소문난 소속팀 사령탑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 목줄을 맡겨 그의 반려견으로 변신한 뒤 마치 행위예술가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앞서 두산 에이스 곽빈이 하얀 상하의와 청초한 헤어스타일로 등장, 지난달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 최성곤 캐릭터의 '니가 좋아' 챌린지를 보여주며 장내를 흔들었지만, 황성빈이 팬 투표 결과 1위에 올랐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사는 선수들이 올스타전만큼은 감춰둔 끼를 발산한다. 그런 의외성이 야구팬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올해도 퍼포먼스상이 흥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