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투어스,아홉,베이온/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강렬한 비트와 다채로운 콘셉트로 경쟁하던 보이그룹들이 다시 ‘청춘’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앞세워 코어 팬덤을 넘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청춘을 전면에 내세운 보이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중 투어스(TWS)는 청춘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팀이다. 첫 만남의 설렘을 담은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기 집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밝고 친근한 음악으로 독자적인 색깔을 각인한 이들은 내달 4일 일본 싱글 2집 ‘소다 소다’를 통해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다시 한번 노래할 예정이다.
아홉(AHOF)은 지난 8일 발매한 미니 3집 ‘런 투 유’를 통해 소중한 대상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가는 청춘의 역동성을 그렸다. 지난 6일 데뷔한 신인 베이온(VAYONN) 역시 첫 EP ‘유스 투데이’에 현실과 꿈, 희망이 교차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날씨에 빗대어 싱그럽게 표현했다.
청춘은 가요계에서 가장 클래식한 소재다. 학교와 첫사랑, 성장통을 다룬 노래는 세대를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한동안 강렬한 콘셉트 경쟁이 지배적이었던 보이그룹 시장에 최근 청춘을 전면에 내세운 팀들이 잇따르며 익숙한 키워드가 다시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청춘 코드가 시대를 불문하고 통하는 가장 큰 비결은 보편성에 있다. 첫 만남의 설렘, 사랑, 꿈을 향한 열정 등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지금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또래에게는 깊은 공감을,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발휘한다.
특히 아이돌 음악을 자주 찾아 듣지 않는 30대 이상 청자에게도 청춘 노래는 친숙하게 다가간다. 특정 세대의 유행어나 복잡한 가상 세계관 대신 우정과 사랑, 꿈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같은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는 현재를 살아가고, 누군가는 지나온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 음악에 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푸른 시절인 만큼, 가요계를 넘어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 분야에서 끊임없이 탐구해 온 영원한 화두”라며 “보이그룹 멤버들 역시 청춘의 한가운데 서 있는 청년들인 만큼, 자신들의 솔직한 현재를 꺼내놓을 때 표현력과 진정성이 극대화된다. 이들이 대중예술의 연장선상에서 풀어내는 날것의 청춘 이야기에 대중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음악 또한 한결 편안해졌다. 직관적인 가사와 선명한 멜로디를 내세운 ‘이지 리스닝’ 음악은 대중의 귀를 쉽게 사로잡았다. 실제로 익숙한 멜로디와 감성적인 분위기를 앞세운 라이즈(RIIZE)의 ‘러브 119’, 경쾌한 리듬과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가 돋보인 투어스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음원 차트에서 롱런하며 친근한 음악의 파급력을 보여줬다.
다만 청량함을 무기로 삼은 팀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자극 없는 무해한 소년’의 이미지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 이에 최근 그룹들은 청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저마다의 ‘시간’과 ‘온도’를 세분화해 보여주고 있다. 베이온/사진=iNKODE 제공 베이온이 선택한 것은 꾸밈없는 ‘현재’다. 데뷔 EP ‘유스 투데이’는 “오늘의 청춘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소나기와 바람처럼 변덕스럽고 거친 청춘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 멤버 테루는 쇼케이스에서 “시간이 지나서야 문득 깨닫는 게 청춘이라면, 우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한다”며 서툰 떨림 자체를 팀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아홉/사진=F&F엔터테인먼트 제공 아홉은 서사 중심의 ‘성장과 직진’에 방점을 찍는다. 데뷔 앨범에서 소년들의 불안한 첫걸음을, 미니 2집에서 성장통을 그렸다면 이번 ‘런 투 유’에서는 비로소 확신을 얻고 앞으로 질주한다.
아홉의 팬인 24세 여성 박주한 씨는 “최근 가요계는 노래를 ‘밈화’하려는 시도와 자극적인 콘셉트가 많아 피로감을 느꼈다”며 “그런 와중에 아홉의 무대를 보면 2세대 대표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남자가 사랑할 때’, ‘추격자’처럼, 지금까지도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그 시절 청량한 명곡들의 풋풋한 향수가 고스란히 떠오른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익숙하고 순수한 청춘의 감성이 주는 위로가 크다”고 전했다. 투어스/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투어스는 보편적인 ‘기억의 환기’에 집중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법한 첫 만남과 첫사랑, 함께했던 계절의 조각들을 밝은 음악으로 소환한다. 신곡 ‘소다 소다’ 역시 반짝이는 순간을 담아내며 전 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할 전망이다.
결국 청춘은 보이그룹이 자신들의 성장 과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도, 팬덤 밖 대중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확실한 연결고리다. 다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인 만큼 이를 각 팀만의 고유한 경험과 서사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같은 ‘청춘’이라는 도화지 위에 투어스와 아홉, 베이온이 저마다 어떤 색을 채워 넣고 어떤 그림을 완성해낼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