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날 삼성의 선발은 크리스 페덱이다.
페덱은 지난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호투만큼이나 화제가 된 건 그의 출근 복장이었다. 카우보이 모자에 말끔한 정장을 입고 경기장에 출근해 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고향인 텍사스는 목장과 카우보이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문화를 알리고자 평소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를 즐겨 착용한다"고 말한 페덱은 "어릴 때부터 중요한 행사에는 멋지게 입고 가야 한다고 배웠다"라며 홈 경기 선발 등판일에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18일 출근길에 카우보이 모자와 정장을 챙겨입고 나온 페덱. 중계화면 캡쳐
하지만 이날 24일엔 페덱의 카우보이 모자와 정장은 볼 수 없었다. 편한 연습복을 입고 경기장에 출근했다. 원정 선발일엔 어떤 정장을 입고 올까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선발을 준비하는 그에게 직접 이유를 들을 순 없고, 대신 그의 통역을 맡은 이철희 매니저에게 간략하게나마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매니저에 따르면, 페덱은 원정 경기에선 정장을 입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삼성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라커룸 샤워실 대신 빠르게 호텔로 돌아가 씻는다. 씻지 않고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기엔 번거롭고 땀범벅 위에 입기도 쉽지 않다.
1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KBO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크리스 페덱. 삼성 제공
여기에 페덱은 "튀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카우보이 모자와 정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수단일뿐, 조명을 받기 위해 입는 건 아니다. 또 선발 투수를 준비하는 야구적인 루틴과도 무관해, 꼭 출근길 복장이 경기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게 페덱의 입장이다.
대신, 선발 루틴은 아주 철저하게 지켰다. 페덱은 보통 선발 투수들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불펜장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자신의 루틴을 다 소화하고 더그아웃을 통해 퇴장했다. 오후 4시 40분 경 나타난 페덱은 한창 불펜장에서 몸을 풀더니, 오후 5시 40분 경에서야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6시께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외야에서 캐치볼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