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오르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더그아웃 복도에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김정운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뉴 에이스!"라는 감탄사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우며 씩씩하게 던진 어린 투수를 칭찬했다.
김정운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KT를 구해냈다. 김정운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9-8로 턱밑까지 쫓기던 8회 초 구원 등판,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2023년 1라운드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김정운의 프로 데뷔 첫 세이브였다.
모두가 숨죽인 채 8회와 9회를 지켜봤다. 이날 KT는 9-1로 크게 앞서다 8회에만 무려 7실점하며 1점 차까지 쫓겼다. 필승조 스기모토와 손동현이 연달아 무너지며 역전패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세베리노와 박지훈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맞고 9-8이 된 KT는 다음 타자 류승민에게마저 안타를 허용해 동점 주자를 1루에 내보냈다.
20일 경기 후 만난 KT 김정운. KT 제공
선두 굳히기의 중요한 길목에서 KT 벤치는 김정운을 호출했다. 마운드에 오른 김정운은 손아섭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9회에도 등판한 김정운은 2사 후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전부 삼진으로 솎아내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삼진을 솎아낸 뒤 김정운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더그아웃과 1루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7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된 선발 고영표조차 경기 후 "조마조마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승리의 하이파이브 후 코치실로 향하던 제춘모 투수코치 역시 "죽다 살아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만큼 치열했던 마지막 순간, 어린 투수 김정운이 큰 일을 해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이강철 감독이 퇴근하면서 김정운에게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후 퇴근길에 오른 제춘모 코치도 김정운을 보며 "고맙다, 살려줘서. 넌 최고 투수야"라고 말한 뒤 "(기존 마무리 투수) 박영현처럼 크자"라는 덕담도 건넸다.
코치진의 칭찬에 쑥스러워하던 김정운은 "(박)영현이 형이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내가 불펜의 한자리를 잘 메우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며 "기회를 주실 때마다 팀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