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6)에서 박홍규가 전주현을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하고 승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2년 만에 아시안패러게임(APG) 탁구 무대에서 역사적인 남북대결이 다시 펼쳐졌다.
박홍규(53·충북장애인체육회)는 19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남자 탁구 단식(스포츠등급 CLASS 6)에서 북한의 전주현(40)을 게임 스코어 3-2(6-11, 6-11, 11-6, 11-7, 11-7)로 꺾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역대 APG에서 열린 두 번째 탁구 남북대결이었다.
북한 탁구 대표팀은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처음으로 APG에 출전해 한 차례 남북대결을 펼친 바 있다. 2018 자카르타 대회에선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고, 2022 항저우 대회에는 인공기 게양 문제로 불참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주현과 김영록(40) 등 탁구 선수 2명만 출전시켰다.
19일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6)에서 박홍규가 전주현을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하고 승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주현은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이 유력한 선수다. 2019년 아시아선수권 단체전 우승에 이어 2025년 ITTF 파라 아시아선수권 단식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박홍규 역시 2014년 인천 APG 단식 금메달을 비롯해 국제대회에서 총 51개의 메달을 수확한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공교롭게도 12년 전 첫 남북대결의 주인공도 두 선수였다. 당시 준결승에서 박홍규가 전주현을 3-1로 제압했다. 이후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맞붙었고, 이번 APG에서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세 번의 맞대결 모두 박홍규가 웃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박홍규는 "이상하게 전주현과 항상 붙는다. 서로의 전력을 너무 잘 알아서 걱정이다"라며 웃었다.
이날 승부도 치열했다. 박홍규는 초반 수비 전략이 잘 먹히지 않으면서 두 게임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3게임부터 강력한 스매시를 섞어가며 반격에 나섰고, 내리 세 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박홍규는 "처음에 많이 헤맸다. 끌려다니다가 감을 잡은 뒤 나중에야 제 플레이를 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19일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6)에서 박홍규가 전주현을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하고 승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극적인 역전승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남북 선수단이 서로 자유롭게 말을 건네거나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홍규는 전주현에 대해 "아는 사이니까 보고 친한 척을 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라며 "그냥 악수만 하고 헤어져서 아쉽긴 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전주현은 침묵을 지킨 채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 북한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취재진과의 시선을 피하며 "경기(대회) 끝나고 (인터뷰를) 하겠다"라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19일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6)에서 박홍규가 전주현을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하고 승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날 승리로 박홍규는 예선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게임 득실에서 밀려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같은 조의 전주현, 룽롯 타이니욤(40·태국)까지 세 선수가 나란히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박홍규가 룽롯에게 1-3으로 패한 반면, 전주현은 룽롯을 3-2로 꺾으면서 게임 득실에서 박홍규보다 앞섰다.
그래도 박홍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복식도 있고 혼합복식도 있으니까 열심히 해봐야죠"라며 남은 경기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