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은 (사진=일간스포츠 DB) ‘명품 연기’의 품격이 또 한 번 빛나고 있다. 화제의 메디컬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배우 이정은이 일본 원작을 초월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이정은이 출연 중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는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깨부수는 ‘수술방의 미친 계’ 계수정(김지원)의 활약을 그린 메디컬 누아르다. 4회 만에 시청률 18.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를 돌파했으며,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는 2주 연속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1위를 수성했다.
김지원이 맡은 계수정이 다크 히어로라면, 이정은은 그를 돕는 참모처럼 움직인다. 극중 이정은이 연기한 장희숙은 국내 최초 의사용역소개소 소장으로, 계수정과는 받아낼 돈이 있는 비즈니스 관계이자 가족 같은 사이다.
원작인 2012년 첫 방영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에서도 현실에 없는 의사용역소개소의 미스터리함을 두르고, 돈을 밝히는 캐릭터였지만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성별이다. 일본 배우 키시베 잇토쿠가 남성치고 나긋나긋하고 어딘가 쎄한 중년으로 표현했다면, 이정은을 만난 장희숙은 친근감 뒤 만만치 않은 내공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TV아사히 드라마 ‘닥터-X~외과의·다이몬 미치코~’ 속 키시베 잇토쿠(위)와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속 이정은(아래) 이정은은 작품이 품은 누아르와 코믹 색채 전환도 확실하다. 깃이 크거나 컬러가 강렬한 셔츠를 매치한 슈트 차림으로 계약서를 들고 구서대병원을 오갈 땐 영업용 미소 뒤로도 칼날이 느껴지지만, 계수정의 등짝을 내려치고 잔소리를 퍼부을 땐 영락없는 이모 같다.
또 “훌륭해선 안 된다고. 돈 벌 생각을 해야지”라며 숨 쉬듯 타령하지만, “돈만 밝히는 병원은 분명 사고나. 그래서 수정이를 보낸거지”라고 의미심장한 대사로 계수정이 ‘용역 의사’가 된 목적에 대한 호기심을 건드렸다.
극중 배경을 한국 의료현실과 닮은 공간으로 각색했으나, 권위적인 시스템을 떠나 비주류를 택한 계수정이 속한 ‘장희숙 의료소개소’만큼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있을 법한 면면을 갖춘 극중 의사들보다도 장희숙은 ‘캐릭터’에 가까운 인물이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이정은 (사진=SBS 제공)‘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이정은 (사진=SBS 제공) 캐릭터 성을 살리는 동시에 극중 현실에 발붙이는 건 이정은의 솜씨다. 일례로 계약이 수틀렸을 때 미세한 얼굴 근육 움직임으로 빈정 상함을 드러낸 디테일은 현실감을 끌어올렸다.
장희숙의 수술 참관 장면이 원작보다도 비중이 커져 눈에 띈다. 의국 사람들이 날뛰는 가운데, 이정은은 많지 않은 움직임으로 장희숙을 표현하며 계수정의 수술이 성공할 것이란 신뢰와 통쾌함을 드러낸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림 감독은 이정은에 대해 “희숙은 영리하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람 냄새와 유머가 있는 여러 얼굴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인물인데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라며 “실제 현장의 이정은 배우도 김지원 배우는 물론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건네며 중심을 잡아주셨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