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원태인.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제출한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미출전 선수 명단에서 의외의 이름이 빠졌다. 3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던 원태인이다.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을 원태인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경기 전부터 삼성의 숨은 의도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졌다.
KIA 타이거즈도 원태인의 등판 가능성을 의식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원태인이 3차전 선발이라 안 나올 것 같긴 한데, 설마 진짜 마무리로 쓰려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브리핑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진짜 마무리로 쓰나요? 정보 있으면 알려달라"고 물었다.
원태인은 실제로 삼성의 '비장의 카드'였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을 후반 승부처에 투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26일 열린 PO 1차전에서 삼성이 KIA에 1-5로 패하는 동안 타선이 안타 2개에 묶이는 등 좀처럼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태인을 투입해 승부를 걸 만한 상황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오늘(26일) 상황이 됐다면 나갔을 것이다. 원태인은 후반에 나갈 비밀 카드였다"고 밝혔다. 이어 2차전에서도 원태인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2차전 역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원태인이 등판할 수 있다"며 "2차전에 등판하지 않으면 3차전에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제공 관건은 2차전에서 원태인을 투입할 만한 승부처가 만들어지느냐다. 1차전처럼 일방적인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원태인을 아껴 3차전 선발로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접전이 펼쳐지거나 반드시 흐름을 끊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박진만 감독이 다시 한번 원태인 카드를 꺼낼 수 있다. 2차전 결과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삼성 벤치의 마운드 운용에도 시선이 쏠린다.
원태인의 불펜 대기는 그 자체로 낯선 장면이다. 정규시즌 기준 원태인이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건 2020년 5월 5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에는 줄곧 선발투수로 등판하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다.
포스트시즌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경험은 있다.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PO 2차전이다. 당시 2선승제였던 PO에서 삼성은 1차전을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2차전마저 패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상황에서 3차전 선발 예정자였던 원태인은 2차전 선발 백정현이 흔들리자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0-5로 뒤진 2회말 1사 2루에서 구원 등판한 원태인은 1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놓이자 예정된 선발 등판 순서와 관계없이 마운드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셈이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제공 올 시즌 정규시즌 성적은 26경기 7승 9패 평균자책점 4.52.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즌을 보낸 원태인에게도 가을야구는 반등의 기회다. 삼성으로서도 선발진의 핵심 자원을 활용해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박진만 감독은 "2차전을 내주면 시리즈 전체가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1차전을 내준 삼성으로서는 2차전 승리가 절실하다. 박진만 감독의 원태인 활용법이 삼성의 시리즈 운명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