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순이' 행보다. 아이돌 크리스탈에서 배우 정수정으로. 연기돌의 탈을 벗고 자연스러운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는 정수정(27)이 첫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최하나 감독)'을 통해 기대치 이상의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개봉 후 2030 여성 관객들의 표를 확실히 잡은 '애비규환'은 누적관객수 2만 명을 돌파하며 또 한편의 의미있는 독립영화 탄생을 알렸다. 스스로 "최고의 선택"이라 표현할 만큼, 더할나위없었던 임산부 정수정과 '애비규환'의 만남이다.
보여지는 이미지는 '냉미녀'에 가깝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 조잘조잘 입을 여는 정수정은 털털하면서도 자기애 높은 긍정적 마인드가 가득하다. 데뷔 이래 단 한번의 혹평없이 아이돌 활동과 연기 활동을 지속했고,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때론 의외의 선택으로 가볍게 뒤통수치는 존재감도 발휘했다. '타고난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알리기까지. 정수정 사전에 못 할 것은 없다.
-첫 영화에 대한 호평이 상당하다. "원래 그런 것에 좀 무딘 편이라 주위에서 '반응 좋아. 좋은 기사도 많이 났어'라고 말을 해주는데 그게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좋아서 좋은건지 판단이 잘 안 서더라.(웃음) 마음은 내려놨다."
-부산국제영화제 GV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났을 땐 어땠나. "질문들이 굉장히 신선했다.'아, 진짜 재미있게 보셨구나' 느낌은 받았던 것 같다. 다만 그 때도 내가 보는 재미와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가 똑같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더라."
-임산부 역할을 맡았다. "스크린 데뷔작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하하. 첫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큰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았다. 연기를 계속 해왔고, 영화 드라마를 떠나 다른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도 큰 차이는 없었다."
-캐릭터 제안을 받았을 땐 어땠나. "좀 놀랐고 부담도 됐지만 대본을 읽은 후에는 재미있어서 한 방에 '오케이' 했다. 촬영을 하기 전에도, 하면서도 걱정은 없었다. 감독님이 계셨고, 대단한 선배님들이 늘 옆에 있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배 특수분장이 힘들지는 않았나. "그걸 배 벨트라고 해야 하나? 한 여름 촬영이라 땀이 엄청 났다. 그것 외에는 괜찮았다. 근데 배에 차는 순간 진짜 임산부가 된 것 같더라. 행동도 자연스럽게 임산부화 됐다. 이게 없다 있으니까 앉는 법도 달라지고 다리를 꼬는 것도, 모으기도 힘들어 알아서 임산부 자세가 됐다. 신기했다. 간접 경험을 한 것 같다"
-체중도 증량했다. "당시 새 작품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나름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주 잘 먹으러 다녔다.(웃음) 한 가지를 많이 먹기 보다는 밥 먹고 디저트, 밥 먹고 디저트를 반복했다. 원래 하루에 두 끼를 먹는데 세 네끼 정도 먹었다. 먹는 것에 비해 안 찌는 것 같기는 하다."
-분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편했을 것 같다. "완전 속 편했다. BB 정도만 발랐다. 그건 예의니까.(웃음) 그리고 내가 원체 잔머리가 많은데 그게 화면에서는 더 확연하게 보이더라. '어머' 싶다가도 실제 집에 있는 내 모습과 똑같아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물론 임산부도 꾸밀 수 있지만 극중 토일 성격이라면 그런 점은 신경 안 쓸 것 같았다."
-도토리묵을 엄청 먹었다. "사실 촬영할 땐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거기에다 너~무 먹이니까. 하하. '토일이 왜 자꾸 도토리묵 먹냐. 왜 도토리묵으로 했냐'고 묻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하더라. 열심히 먹었다.(웃음)"
-그 모든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직접 보게 된 소감은 어떤가. "솔직히 첫 영화니까 좀 많이 어색할 것 같기는 했다. 근데 내 얼굴이 나오는건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 단지 내 연기는 늘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시사회를 마치고 감독님께 '그때 왜 저 저렇게 연기 했어요? 저땐 왜 저렇게 하라고 했어요?'라고 슬쩍 토로했다."
-정수정이 느낀 토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캐릭터 그 자체?(웃음) 요즘 여성들을 대변하는 느낌도 있었고, 여러모로 공감이 많이 갔다. 특히 부모님들도 이 영화를 보면 그 나이대에 맞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연기한 선배님들도 그렇게 이야기 하셨다."
-최덕문과 사자성어 대화를 나눴는데. "진짜 어려웠다. 사전 찾아보면서 시험 공부하듯 대본에 빼곡히 뜻을 다 적어놨다. 그렇게 하니까 바로 바로 이해가 됐고, 이해를 하니까 외우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문제는 막상 현장에서 촬영할 때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는 것이다. NG가 많이 났는데 그래도 열심히 했다. 지금은 다 까먹었다."
-장혜진과는 모녀 케미가 남달랐다. 실제로도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내가 선배님을 부르는 호칭이 여러가지다. 선배, 엄마, 언니, 다 부른다. 동료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자매 같기도 했다. 케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