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순이' 행보다. 아이돌 크리스탈에서 배우 정수정으로. 연기돌의 탈을 벗고 자연스러운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는 정수정(27)이 첫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최하나 감독)'을 통해 기대치 이상의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개봉 후 2030 여성 관객들의 표를 확실히 잡은 '애비규환'은 누적관객수 2만 명을 돌파하며 또 한편의 의미있는 독립영화 탄생을 알렸다. 스스로 "최고의 선택"이라 표현할 만큼, 더할나위없었던 임산부 정수정과 '애비규환'의 만남이다.
보여지는 이미지는 '냉미녀'에 가깝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 조잘조잘 입을 여는 정수정은 털털하면서도 자기애 높은 긍정적 마인드가 가득하다. 데뷔 이래 단 한번의 혹평없이 아이돌 활동과 연기 활동을 지속했고,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때론 의외의 선택으로 가볍게 뒤통수치는 존재감도 발휘했다. '타고난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알리기까지. 정수정 사전에 못 할 것은 없다.
인터뷰①에 이어...
-90년대생 또래 감독과 만났고, 첫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잘 통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더라. 감독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만났는데, 비주얼이 아담하고 귀엽지 않나. 나이를 물어봤더니 나와 3살 차이 밖에 안 나더라. 아싸는 아싸를 알아 본다고 하지 않나. 눈을 딱 마주쳤는데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잘 통했나. "알고 지내다 보니 영화도 그렇고 취향이 다 비슷했다. 지금은 너무 친한 친구가 됐다. 촬영 들어가기 전 작업할 때부터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고 응원했다. 서로에게 첫 장편영화다 보니 '잘하자. 우리가 잘하는 여성이 되자'라는 말도 했다.(웃음)"
-스스로 '아싸'라 생각하나. "감독님이 그러더라. '수정 씨 아싸 같아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별로 인싸 아싸에 대한 개념이 잘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감독님이 먼저 그 말을 해 주셔서 재미있었다. 내가 상당히 낮도 많이 가리고, 사람이 많으면 무서워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그렇게 보신 것 같다."
-토일과 정수정은 얼마나 닮았나. "그동안 연기한 매 캐릭터마다 비슷한 점이 있었는데, 토일 같은 경우는 당당함?(웃음) 내가 제일 당당하고, 내가 제일 잘났고. 어렸을 때 한번쯤은 누구나 가져봤을 성격 아닌가 싶다. 나 또한 그랬을테고. 그리고 실수하면서 성장하는 모습도 꽤 닮았다."
-토일과 호훈은 잘 지냈을까. "토일이가 바람피우지 않는 이상 결혼해서 잘 살 것 같다. 하하하."
-이번 영화는 특히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빛났다. 관객들은 눈치챌 수 없어도 배우 입장에서 힘들었던 신이 있다면. "키스신! 분명 더 많았을텐데 지금 딱 기억에 남는건 키스신이다.(웃음) 영화에서는 많이 잘렸다. 실제로는 엄청 오래 찍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나 그렇게 오래 시켰으면서!' 하기도 했다. 하하. 그날 멘탈이 탈탈 털렸다. 카메라를 위에서 찍어야 해 자세부타 불편했다. 너무 편하게 키스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다리는 막 쭈그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 배우와 아직 친해지지 않았을 때라 어색하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버진로드를 걷는 결말이 '애비규환'의 모든 것을 한 장면에 압축시킨 것 같더라. "혜진 선배도 그 장면 때문에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아예 상상도 못했던 신이다. 그냥 너무나 당연하게 아빠 손을 잡고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둘 중 누구일까'만 궁금해 했다. 내 결론은 양쪽에 두 아빠를 다 끼고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신선한 엔딩에 깜짝 놀랐다.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결혼하면 어떨가. 엄마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나. "음…. 매일 하는 것 같다.(웃음) 어떨지 궁금하니까. 항상 늘 갖고 있는 생각이다."
-첫 영화 작업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주변에서도 '영화 찍으니까 어때? 더 편해?'라고 많이들 물어봤는데 난 연기를 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다른게 없었다. 똑같았다. 카메라 있고, 조명 있고. 독립영화라 사람 수는 적었나?(웃음) 아,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 테이크를 많이 갈 수 있었고 좀 더 괜찮은 베스트를 뽑아낼 수 있었다."
-캐릭터 선택의 진폭이 크다. 계획된 변신일까. "그때 그때 본능적으로 끌렸던 작품, 캐릭터를 택한다. 내 자신이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야 안 질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나도 내가 도전하는 사람인 줄 몰랐는데 그렇더라. 필모그래피가 좀 특이하긴 하다.(웃음)"
-대중의 반응도 자주 살펴보나. "내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는 분들 중에서도 당연히 부족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받아들인다. 다만 내 정신 건강을 위해 기사나 댓글을 일부러 찾아 보지는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한 결과물을 보고 판단한다. 어떤 평가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