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37)의 직업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처럼 세대별로 물어보자. 초등학생들에겐 열이면 열 예능인이란 답이 나올 거다. 20대 이상 세대에서도 열의 아홉은 예능인이라고 답할 거다. 그만큼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의 영향이 크다. 한때 별명이 '초통령' '하로로' '키작은 꼬마' 아니었던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다른 대답도 있다. 바로 '가수'란 직업이다. 사실 하하는 가수가 맞다. 2001년 '지키리'란 그룹으로 데뷔한 나름 중견 가수다. 현재는 회사 동료 스컬과 레게 장르에 흠뻑 빠졌다. 처음에는 빌보드 가수 스컬에게 묻어간다고 욕도 먹었지만, 이젠 레게 신에서 제법 인정받는다. 자메이카식 인사말인 '야만'을 대중에게 알린 게 하하다. 레게에 대한 사랑과 노력만큼은 '리스펙'하는 분위기다.
이번 취중 토크 역시, 29일 정오 발매되는 스컬&하하의 새 싱글 이슈로 계획됐다. 그럼에도 질문은 자꾸 예능 쪽으로만 치우쳤다. '무한도전'만 놓고 봐도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화제가 된 '정준하 쇼미더머니5' 사건부터 '무도' 팀의 우주인 프로젝트까지 물어볼 게 많았다. '유재석은 정말 무결점의 사나이인가'라는 질문과 '무도'에서 한동안 멀어진 정형돈·노홍철·길의 얘기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졸지에 음악 얘기하러 나왔다, '무도' 얘기에 바빴다. 그래도 싫은 기색은 없었다. 그의 얘기에선 '무도'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 예능인이란 직업에 대한 재미와 의무감을 느낄 수 있었다. 2시간짜리 하하의 만담 쇼였다. 그러다 음악 얘기를 꺼내니, 자세부터 고쳐 앉고 사뭇 진지해진다. 음악과 레게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고,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가수란 생각도 든다. 10년 뒤 대중에게 하하의 직업을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올까. 가수일까, 방송인일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면서 유쾌한 하하와 소주로 흠뻑 취했다.
▶ 역시 무한도전 얘기부터 해볼게요. 지난 10년을 돌아봤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제가 막 프로그램에 적응하고 있을 때 위기가 왔어요. 프로그램이 곧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김태호형이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특집을 찍는다는 거예요. 그때 멤버들끼리 이런 얘기를 했어요. '야, 뉴질랜드 가서 제대로 한번 하고 우리 스타일대로 멋있게 끝내자'고. '그래, 항복이다. 시청률이 안나와서 우리가 졌는데, 마지막은 제대로 놀고 오자'라고요. 그런데 거기서 '롤링페이퍼'가 터지면서 프로그램이 '확' 올라가게 됐어요.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형돈이 형과 제 어색함을 다루는 설정은 '논스톱3'에서 이진-조한선이 실제로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던 점에서 착안한 것이었어요. 미국 시트콤 '프렌즈' 의 피비와 로스의 어색한 캐릭터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고요. 그러고보니 저와 형돈이형이랑 안친하다는 걸 롤링페이퍼에 쓴 것인데, 당시 미안했던게 그 일로 형이 '못 웃기는 개그맨'이 된거예요. 하하하. 당시 형돈이형이 원망 많이 했을텐데, 저는 진심으로 그때 형돈이형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형돈이형도 참, 그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것도 보면 천재죠. 안웃겨서 웃긴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 집 떠난 정형돈씨는 가끔 만나시나요.
"연락은 가끔 하죠. 아무래도 '마음의 병'이니까, 그 고통의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돼서 지켜보기에 괴로워요. 단지 '아주아주 고통스럽다'는 것만 짐작하고 있는것이죠. 빨리 치유되서 제자리로 돌아오셨으면 해요."
▶ '무도'를 오래 했는데, 본인에게 있었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요.
"복귀때죠. 공익 제대 후 복귀해 보니, 판도가 달라져 있더라고요. 일단 진행이 굉장히 스피디하게 변화돼 있었고, '무한도전' 안에서의 관계도 다 바뀌어 있었어요. 당시 형돈이 형이 날라다니기 시작하고 있었고, 도통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움이 안되니까 힘들었어요."
▶ 10년간 최고로 꼽는 기획은요.
"저는 프로레슬링이요. 진심으로, 참을성이 뭔지를 배운 기회였어요. 그해 여름에 한 순간을 쉬지 못한것 같아요. 비가 와도, 태풍이 와도 뛰었어요. 목디스크에 허리도 다치고, 발목과 손목이 다 망가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재석이 형도 아직까지 당시의 후유증을 이야기하세요. '이렇게까지 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 였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재수없다'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정말 '무도니까' 참고 했어요."
▶ '무도 가요제'라고 생각했는데요.
"반대입니다. 제가 가장 어려워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기획이 가요제예요. 제 자신의 위치가 너무 어중간하고, 창피하고 작아진다고 할까요. 제가 제 스스로를 '저 가수입니다'라고 말을 못하겠어서 생기는 문제인것 같아요. 이를테면 길 형이나 희열 형만해도 예능을 하지만 음악 얘기가 나오면 떳떳하게 '가수'가 되는데 저는 그걸 못하겠어요. 아직은요."
▶ 우주특집도 최근 화제죠. 과연 갈수 있을까요.
"안그래도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테스트를 해서 통과하는 사람은 가는것, 이거 아니겠어요? 간단한 문제죠. 자격이 없으면 못가는 것이고요."
▶ '무도' 역사상 가장 큰 기획이 될수도 있을텐데요.
"솔직히 말씀 드릴까요. 저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리고 전 겁쟁이라서, 무서워요. 제가 바이킹을 안타고 롤러코스터 안타는 이유가, 기계를 못믿거든요. 불안한건 못하겠어요.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떠오르고요. 하하"
▶ 과거 한 드라마 작가가 '무도' 멤버들이 '예능에서 너무 우는거 아닌가'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어요. 진짜 성격이 그런가요.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진짜 성격들이 그래요. 번지 점프 무서워하고, 떨려해요. 그래도 재석이 형이 그나마 열심히 하는데, 제가 잘 알지만 그 형도 오직 방송을 위해서 하는거죠. 그렇게까지 심장이 강한 형이 아닌데,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입니다. 저 역시 자메이카 절벽에서 떨어지는데, '밑에 내 아들이 빠져서 구하러 간다'는 생각을 얼마나 되뇌였는지."
▶ 최근 방송을 보면서 멤버들이 10년쯤 되니, 조금 쳐지고 힘이 드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정은 그대로지만 힘이 빠진 부분도 있겠죠. 멤버 공백도 있고, 광희도 아직 적응 중이죠. 무엇보다 멤버들이 나이도 들었고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확실히 '무도'는 어려워요. 국내 예능중 시청자, 팬들이 가장 엄격하다고 볼 수 있죠. '무도'를 출연자 만큼이나 아껴주셔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예를들면 잭블랙형 특집 이후 제가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듣고 있어요. 하하하. 해외스타를 너무 '모셨다'는 의미겠죠.
리액션이 적어도 지적을 당하고, 열심히 해도 사대주의라는 말이 나와서 참 어렵고 힘든 프로그램이죠. 그래도 그 당시엔 특급 게스트 모셨으니 배려 해주고 살려주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하하 리액션 꼴보기 싫다. 저 자식 왜 오바냐'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는데, '저 자식 사대주의가 있네'라고 하시니 맥이 풀리더라고요. 저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