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남지현(23)은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교육 방침 덕에 MBC '전파견문록'에 출연했다. 드라마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에 캐스팅됐다. '대왕세종' '에덴의 동쪽' '선덕여왕'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등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배우는 남지현의 운명이 됐다.
"중학교 때 배우라는 직업을 평생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보려고도 했지만 연기만큼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스무 살이 되면서 배우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게 됐죠."
스무 살 이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쇼핑왕 루이(2016)'는 시청률 역주행을 이뤄 냈다. '수상한 파트너(2017)'는 20~30대 시청자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종방한 tvN '백일의 낭군님'은 14.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로 역대 tvN 월화극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기대작이 아니었지만 반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남지현이 있었고 그 덕분에 연기력뿐 아니라 대본을 보는 안목까지 재평가되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 현장에서 더위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로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맥주를 사이에 두고 만난 남지현은 소문 그대로였다. 밝은 에너지 덕에 취하는 줄도 몰랐다.
- 로맨스 드라마를 많이 찍었어요. 실제 연애는 잘하고 있나요. "스무 살부터 여러 사람을 만나 보고 연애를 많이 해 보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조급함이 있었거든요. 근데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잖아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최근에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나요. "계기는 없는데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조급하게 생각해 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소개팅은 해 본 적이 있어요.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줬고 다 좋은 분들이었어요. 잘될 때도 있었고 안될 때도 있었죠. 그러다 보니 사람마다 다른 연애 스타일이 보이더라고요. 천천히 생각해도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 도움을 줬어요.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 이성을 볼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요. "말투요. 다들 의외라고 하는데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말투에 더 민감한 것 같아요.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면 어떻게 상대방을 대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굴은 당연히 보이는 거잖아요. 외모가 첫인상을 좌우하긴 하지만 나중에 바뀔 수 있어요."
- 연기를 시작한 지 14년이 됐는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진 않아요."
-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보냈어요. "아역으로 10년, 스무 살 이후 4년이 흘렀어요. 스무 살이 되면서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거라고 마음먹었죠. 아역 출신이 아니라 신인 연기자라고 생각했어요."
- 어릴 땐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요즘도 그런가요. "지금도 큰 고민이에요. 그런데 목소리가 바뀐다면 나만의 독특함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고, 멀리서 들어도 나라는 걸 알 수 있는 개성이거든요. 그래서 장점은 지키면서 듣기에 좋게 바꿀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 인생 작품을 꼽는다면요. "첫 번째로 절대 '선덕여왕'은 빼놓을 수 없고요. 대중에게 남지현을 확실하게 각인한 작품이에요. 20대의 인생작은 20대가 끝날 때 즈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작품에서 배우는 게 있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네요."
- 착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반전을 주고 싶지 않나요. "나쁜 역할, 차갑거나 냉정한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 제안이 온다면 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반대되는 걸 보여 줄 수 있는 역할이 오면 좋겠어요."
-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해요. 배우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그 속에 진짜 나를 어떻게 지킬지, 또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틈을 어떻게 줄이고 균형을 맞출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