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생김새에 언어까지 완벽하니 누가 의심하지 않았을까. 모두의 관심사는 그의 국적이었다. 이정현은 다른 나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한국인이다.
이병헌(유진 초이)과 대립에서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을 이정현이 보여줬다.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 늦게 시작했지만 다른 배우들 이상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극중 교수형을 당하고 끝났지만 실제 그 장면이 나오지 않아 후반부에 또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지난 6일 만난 이정현은 의외였다. 드라마에서와 다른 너무 차분한 목소리에 볼수록 섬뜩함보다는 귀여움으로 변해가는 얼굴까지. 대화를 나누다보면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영화 '박열' 촬영할 때 이준익 감독님도 계속 그러셨습니다. '너는 아니야. 볼수록 너무 귀여워'라고.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요즘 많이 알아보나요. "간간히 알아봐줘요. 츠다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고 '너무 잘 봤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츠다의 인기를 예상했나요. "전혀 그런 기대조차 없었어요. 좋은 배역이라고 배우들끼리 얘기했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적도 많아 이번에 아니었어요. 이런 반응이 과분할 따름이죠. 미움 받아야 하는 캐릭터인데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니 좋아요."
-'미스터 션샤인' 오디션 때는 어땠나요. "사실 오디션이 따로 없었어요. 츠다 역할로 제안이 왔고 제작진과 미팅 후 곧바로 준비했죠. '박열'을 잘 봤다고 해주셨어요. 당시 소속사도 없던 나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나요. "배우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주기 쉽지 않은데 편하게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줬어요. 제작진이 배려를 많이 해주다보니 분위기가 좋았죠."
-교수형이 내려졌지만 죽는 장면은 안 나왔다. 뒤에 또 나오나. "댓글에도 '뒤에 또 등장해 나쁜 짓 할 거 같아'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대본은 다 나왔는데 글쎄… 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너무 일본인 역할만 한다는 딜레마도 있지 않나요. "'미스터 션샤인' 촬영 전에 '임진왜란 1592' PD님을 만났는데 안 그래도 그런 걱정을 해줬어요. 너무 일본인 캐릭터만 하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제안이 올텐데 괜찮겠냐. 그런데 아직은 신인이고 그런 역할을 보며 날 떠올려 준 건 감사할 일이라고 봐요. 또 일본인이 아니 다른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내 숙제고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죠."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해요. "'임진왜란 1592'때 함께 나온 친구와 '박열'에서 만난 친구가 일본어에 매우 능숙해요. 그들에게 녹음을 부탁해 듣고 그대로 따라했어요. 최대한 일본인처럼 보이려고 억양을 자주 듣고 연구했죠."
-실제 일본어 능력은요. "회화 정도는 할 줄 아는데 대사로 흡수하긴 힘들어요. 대사는 억양을 중요시 해야돼 부자연스럽게 들려요. 그래서 감수를 받고 녹음본을 들어보는 작업을 반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