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48)이 노선을 살짝 바꿨다. 100억대 대작, 스케일 큰 작품을 선호하는 배우들과 달리 중년미(美)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감성 영화로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완득이' '쎄시봉'에 이어 선택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김윤석의 차진 생활 연기와 더 깊어진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위 1%' 충무로 흥행보증수표인 만큼 이젠 '하고싶은 작품'을 마음껏 택한다. "자장면만 먹을 수 있나. 육개장도 한 번 먹어주고 그래야지"
강동원·유아인·여진구에 이어 이번엔 변요한이다. 남자 후배와 함께 하면 백전백승 흥행 성공. 실제 딸바보의 면모를 영화에도 녹여내며 메소드 연기까지 펼쳤다. 흥행보다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김윤석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이 작품은 왜 선택했나
"과거로 간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과거의 자신과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자식을 낳았을 때 내 안 좋은 점을 아이가 빼닯은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하더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 같은 인물이지만 과거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은 다른 느낌이다.
"젊은 수현은 아직 청년인데다가 정식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여리면서 우유부단한 지점이 있다. 청년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족 있지만 뭔가 서투르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 그 친구의 미래가 나니까. 젊은 수현도, 현재 수현도 행복하지만 비극적인 것 같다."
- 과거로만 갈 수 있는 타임슬립이다.
"과하게 이용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적절하게 딱딱 필요할 때만 과거로 가니까. CG가 티나거나 너무 4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판타지가 아닌 것도 마음에 들었다. 편집 과정에서 삐걱거린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감독님의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 시사 후 반응이 좋은데
"모니터링 사시회에서 4.4점이 나왔다고 한다. '완득이'가 4.38점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높다. 내가 출연한 작품 중에 가장 높지 않나 싶다. 개봉 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이라도 기뻐하고 싶다.(웃음)
- 원작 소설도 읽어 봤나.
"개인적으로 영미소설 울렁증이 있다. 과거 영미 소설은 굉장히 서투른 번역이 많았다. 읽어도 읽어도 내용이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 동안은 영미소설을 읽지 않았다. 우리나라 소설이나 중국·일본 쪽 소설만 읽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작품 선택을 하면서 찾아 읽어봤다. 기욤 뮈소는 다르더라. 굉장히 대중적인 소설이었고 쉽게 넘어갔다."
- 또 한 번 멜로 장르를 택했다.
"매일 자장면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가끔 육개장도 먹고 싶고 그렇지 않나. 배우가 이 나이정도 되면 많은 장르를 거친다. 멜로라도 힘이 없고 유들유들한 영화가 아니라 좋았다. 담백하게 울고불고 하지 않는 것이 성숙하다고 생각했다."
- '쎄시봉' 때 못 이룬 한이 남은 것은 아닌가.
"그런 것은 없다. '쎄시봉'에서 내 분량이 엄청나게 편집 됐다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통속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그 사람이고 서로라면 얼마나 치열하겠냐. 아주 세밀한 감정까지 건드려야지 이 장르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파고들만 하다."
- 중년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야기다.
"나 역시 중년 남성으로 이런 스토리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 중년 남자의 마음을 연기하고 싶더라. 곧 죽을 30년 전의 젊은 시절 연인을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떨 것 같던가. 난 눈물이 날 뻔 했다."
- 나이가 들수록 멜로 감성은 점점 사라지지 않나.
"오히려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면서 운다. 갱년기로 다가가면서 점점 다시 생기는 것 같다. 사실 난 영화를 보면서 잘 울고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운다. 'K팝스타'도 좋고 '슈퍼스타K'도 좋다. 전혀 의외의 친구가 나와서 노래를 부를 때, 음악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부르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
- 남성 판타지만 자극한다는 시선도 있다.
"두 남자 사이에 오롯이 서 있는 여성의 캐릭터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거기다 직업이 조련사다. 이 부분은 원작과도 다르다. 굉장히 당당하고 당찬 캐릭터다. 여성 분들도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