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48)이 노선을 살짝 바꿨다. 100억대 대작, 스케일 큰 작품을 선호하는 배우들과 달리 중년미(美)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감성 영화로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완득이' '쎄시봉'에 이어 선택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김윤석의 차진 생활 연기와 더 깊어진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위 1%' 충무로 흥행보증수표인 만큼 이젠 '하고싶은 작품'을 마음껏 택한다. "자장면만 먹을 수 있나. 육개장도 한 번 먹어주고 그래야지"
강동원·유아인·여진구에 이어 이번엔 변요한이다. 남자 후배와 함께 하면 백전백승 흥행 성공. 실제 딸바보의 면모를 영화에도 녹여내며 메소드 연기까지 펼쳤다. 흥행보다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김윤석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배경이 1985년이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담배가 450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부산역이 아니라 부산진역으로 나오지 않나. 부산진역에 내려야 영화 속 배경인 부산 백병원과 가깝다. '감독님이 진짜 디테일하게 잘 잡으셨구나' 생각했다."
- 과거와 현재의 온도 차에 대해 2인1역을 소화한 변요한과도 이야기를 나눴나.
"현장에서는 요한이와 많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어린 배우고 아무리 좋은 의미로 뭐라 해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어차피 현재 수현과 과거 수현이 당장 짊어진 삶은 다르다. 현재 수현에게는 핸디캡이 있고, 과거 수현의 실수도 이미 알고 있다. 감정적이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강동원 유아인 여진구에 이어 이번에는 변요한이다.
"요한 군이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뭔가 다 열어놓고 즉흥에 몸을 던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알고보니 한예종 출신에 연극이 베이스로 깔려 있더라. '그래서 비슷하구나' 싶었다."
- 변요한은 다른 후배들에 비해 더 기가 센 듯한 느낌이 들던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멱살까지 잡히니까.(웃음) 그럴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 그렇게 보인 것 아닐까. 다른 후배들 역시 각자 에너지는 다 있다. 그 어린 여진구도 마찬가지고."
- 담배가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관객들에게는 드러나 있는 소재지만 주인공들에게는 감춰진 비밀이다. 충분히 귀띔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 혹시 또 무슨 변화가 발생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자 스포일러다."
- 금연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하. 금연 캠페인을 이렇게 아름답게 찍을 수도 있다. 우리 믹싱 기사가 이 작품을 촬영하고 나서 '저 담배 끊었습니다'라고 하더라. 아주 효과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 캄보디아 신이 오프닝에 등장해 몰입도를 높였다.
"잘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호흡맞춘 분이 방콕에서 오신 할아버지 배우인데 키가 190cm가 넘는다. 심지어 나를 알고 계셨다. 재미있는 것은 태국사람이기 때문에 캄보디아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나마 연습을 해서 갔는데 할아버지는 현지에서 공부를 하려니까 아무래도 소화하기가 힘드신 것 같더라. 그래서 '러브 액추얼리'처럼 스케치북에 대사를 써 보여주면서 촬영했다."
- 실제 눈이 안 보이시는 분인가.
"아니다. 눈은 실제 눈이 맞는데 굉장히 멀리까지 잘 보인다고 하시더라. 팔, 다리도 길고 모든 것이 굉장히 묘하다.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아, 캄보디아 장면은 저 할아버지 밖에 안 보이겠다'고 일찌감치 포기했다.(웃음) 누가봐도 굉장히 인상적인 마스크다. 도인 같기도 하고 나 역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