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쿠니무라 준 "1인자 유재석? 한 눈에 알아봤다"

할리우드에 톰 크루즈, 중국에 탕웨이가 있다면 일본엔 쿠니무라 준(61)이 있다.

한 편의 영화로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한국인들이 애정하고 주목하는 또 한 명의 해외 배우가 탄생했다.

영화 '곡성'은 '쿠니무라 준'이라는 일본 배우를 국내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와타시다"라는 대사 한마디와 사진 찍는 포즈가 곳곳에서 수없이 패러디되며 쿠니무라 준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해외 영화에서 '곡성'의 악마를 뛰어넘을 만한 일본인 캐릭터가 등장할지 저도 궁금합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곡성' 주연 배우로 당당하게 제69회 칸영화제에 이어 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도 공식 초청을 받았다. 보이콧 파문으로 정작 나홍진 감독을 비롯한 한국 배우들은 자리하지 못했지만 쿠니무라 준은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자발적으로 내비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의 파급력은 예능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쿠니무라 준은 한 편의 영화처럼 제작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특집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예능이 아닌 작품으로 생각했죠. 단순한 패러디였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은 정말 좋은 제작진입니다. 날 제대로 설득했어요."

영화에 예능, 시상식 참석까지 하루가 멀다고 한국을 찾는 쿠니무라 준은 지난 2일 열린 '2016 APAN 시상식'에서 특별 배우상을 받았다. 이왕 경험한 것,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기 바라는 마음으로 부산을 찾은 그를 취중 토크 자리에 초대했다.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 최근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에 출연한 것도 큰 화제를 모았어요.
"한국에서 1등인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들었어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요. 일반적인 예능과 다른 환경이었지만 즐겁게 촬영했어요."
 
- 이전에 '무한도전'을 시청한 적이 있나요.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고, 촬영 중에 TV에서 우연히 본 적은 있어요. 채널이 틀어져 있었죠. 뭔가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한국말이었고 자막도 없었거든요."
 
- 장면은 혹시 기억하나요.
"멤버들이 주차장 같은 곳에서 뛰어다니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뭘 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아쉽네요. 한국 시청자분들은 알까요? 모두가 진심을 다해 재미있게 게임한 것은 확실히 기억나요. 표정이 정말 즐거워 보였거든요."
 

 

- 직접 만나니 어떻던가요.
"처음 만났지만 친근했어요. '웃음의 세계'를 만드는 전문가다운 모습을 시시때때로 보여 줬죠. 전 '무한도전' 멤버 여섯 분 중 세 분과 호흡을 맞췄어요. 유상, 하하상, 또…."
 
- 정준하?
"맞아요. 준하상!(웃음) 다들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제가 봤을 땐 진지하게 잘하더라고요. NG가 나면 웃으면서 넘어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 멤버들 중 유재석씨는 국민 MC로 불리는 예능계 1인자예요. 알고 계셨나요.
"아, 그건 딱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보자마자 눈치챘다고 해야 할까요. 멤버 전원을 신경 쓰면서 스스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분이 리더구나' 싶었죠."
 
- 짧은 시간에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던가요.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어요. 유재석씨가 등장하면 카메라들이 일제히 주목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했죠. 다른 멤버들이 질투를 하더라고요. 유재석씨가 오면 본인들에게 카메라가 안 온다고.(웃음)"
 
- 일본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전혀 출연 안 한다고 들었어요.
"한 번도 출연한 적 없어요. 예능과는 특별히 친하게 지내지 않았어요."



 

 

- '무한도전' 출연 섭외를 받고 고민이 많았나요.
"예능이지만 드라마에 출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보통 드라마를 찍는 것처럼 촬영했으니까요. 일반 예능이었다면 많이 고민했겠죠."
 
- 처음 섭외 요청을 어떻게 받았나요.
"시나리오가 왔는데 '곡성'을  패러디한 느낌이 강했어요. 그래서 '하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죠. 다른 멤버들이 하면 재미있지만 내가 직접 패러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이미 '곡성'에 출연한 배우이기 때문에 내 몫은 아니다 싶었죠."
 
- 직접 수정을 부탁한 건가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에게 말씀드렸어요. 장 감독님이 '이건 또 이것으로서 빛나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셨죠.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와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호감이 있던 차에 설득당하고 말았어요."
 
- 나홍진 감독과 장항준 감독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쿠니무라 준은 인터뷰 중 해당 질문에 가장 크게 웃으며 답했다) 알고 계셔서 다행이에요. 일본 감독들도 그렇지만 각자 개성이 있고 성격도 모두 달라요. (두 팔을 크게 벌리며) 그중에서도 나홍진 감독과 장항준 감독은 이쪽과 저쪽 끝에 서 있어요. 달라도 너무 다른 감독들이죠."
 
- 장항준 감독은 어땠나요.
"쓸데없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아요. 유연하지만 필요할 때는 정확하게 하고 싶은 것을 말하죠. 직접적으로 바로 알려 줘서 연기하기 정말 편했어요. 무엇보다 친절한 분이었어요."
 
- 완성된 무한상사는 봤나요.
"제가 나온 부분만 봤어요. 영상을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어요. 프로그램 전체에서 일부분이니까 메이킹 필름도 많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카메라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영화 찍을 때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카메라들에 어떤 모습으로 담겼을지 궁금해요."
 
- 김은희 작가·장항준 감독이 자신들의 차기작에 출연해 달라고 러브 콜은 안 하던가요.
"또 다른 작품에 대한 얘기는 안 했어요. 전 일본인이고 한국어를 못하니까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아무래도 한정적이겠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이에요. '곡성' 같은 작품이면 한국어를 몰라도 출연에 무리가 없지 않을까요?"
 
- 일본인 캐릭터가 한정적이긴 하죠.
"한국 영화를 또 하고 싶지만 뻔한 일본인 캐릭터는 거절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에요."

>>3편에서 계속

부산=조연경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