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로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한국인들이 애정하고 주목하는 또 한 명의 해외 배우가 탄생했다.
영화 '곡성'은 '쿠니무라 준'이라는 일본 배우를 국내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와타시다"라는 대사 한마디와 사진 찍는 포즈가 곳곳에서 수없이 패러디되며 쿠니무라 준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해외 영화에서 '곡성'의 악마를 뛰어넘을 만한 일본인 캐릭터가 등장할지 저도 궁금합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곡성' 주연 배우로 당당하게 제69회 칸영화제에 이어 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도 공식 초청을 받았다. 보이콧 파문으로 정작 나홍진 감독을 비롯한 한국 배우들은 자리하지 못했지만 쿠니무라 준은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자발적으로 내비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의 파급력은 예능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쿠니무라 준은 한 편의 영화처럼 제작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특집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예능이 아닌 작품으로 생각했죠. 단순한 패러디였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은 정말 좋은 제작진입니다. 날 제대로 설득했어요."
영화에 예능, 시상식 참석까지 하루가 멀다고 한국을 찾는 쿠니무라 준은 지난 2일 열린 '2016 APAN 시상식'에서 특별 배우상을 받았다. 이왕 경험한 것,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기 바라는 마음으로 부산을 찾은 그를 취중 토크 자리에 초대했다.
※취중토크②에서 이어집니다.
- '곡성' 이후에 한국 영화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아쉽게도 '곡성'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섭외가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일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쿠마'를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는 제가 봐도 없을 것 같네요."
- 한국의 인기를 일본에서도 알고 있나요. "'곡성'은 애초에 한국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고 그것이 실제로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관심을 가져 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부산에도 올 수 있었겠죠.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일본 사람들에게 알려지든 알려지지 않든 크게 상관은 없어요. 한국에서 반응이 있었다는 데 만족하고 행복해요."
- '곡성'이 곧 일본에서도 개봉하죠. "최근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국 관객들만큼은 못하더라도 일본 관객들이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출연해서라기보다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 한국과 인연이 끊이지 않아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시상식을 비롯해 영화제까지 한국에서 절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기쁘게 생각해요. 아마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해도 저는 배우이기 때문에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전부겠죠?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요. 영화는 완성되면 한국이든 어디든 스스로 진출해 나간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가 됐든 무조건 가고 싶어요. 그것이 한국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나라가 될 수도 있겠죠."
- 현재 일본에서 중국 오우삼 감독의 영화를 촬영 중이죠. "존 우(오우삼)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 자본으로 만드는 중국 영화예요. 차이나 머니! 차이나 머니!(웃음) 지난해에는 벨기에 여성 감독의 영화도 찍었어요. 일본 영화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세계의 작품을 경험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도전 의식은 멈추지가 않네요."
- 오우삼 감독의 영화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요. "라스트 보스요. 야쿠자는 아닌데 가장 나쁜 사람, 최고 나쁜 사람으로 등장해요. 과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땐 가장 나쁘지는 않았고 그 아래 나쁜 사람이었거든요.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 '곡성'의 악마와 비교한다면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예요. 제가 연기했지만 촬영할 때도 나홍진 감독과 끊임없이 얘기한 부분이 그 점이었거든요. '당신은 이 캐릭터를 악마라고 생각하나요, 천사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여전히 답하지 못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아쿠마'라고 하지만 단정 짓고 연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가 어렵네요."
- 만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나요. "'살인의 추억'을 만든 감독님… 아, 봉준호 감독님요.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근데 그분은 지금도 영화 찍고 계신가요?"
- '옥자'라고 미국·캐나다·유럽을 돌면서 촬영 중이에요. 한국에 안 계셔서 저희도 만나기 힘들어요. "전 배우니까 제가 감독님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죠. 캐나다란 말이죠?(웃음) 어디 있든 영화는 만들 수 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봉준호 감독을 더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