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한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작품. 김명민은 극중 유격대의 리더 이명준 대위를 연기한다. 유격대의 일원 김인권·곽시양과 함께 최민호·김성철·장지건·이재욱·이호정 등 학도병을 이끈다.
김명민이 곽경택·김태훈 감독과 손잡고 만들어낸 이 영화는 여느 '국뽕'에 젖은 한국 전쟁 영화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애국 만큼이나 반전의 메시지를 강하게 부르짖는다. 그 안에서 리더 이명준 대위를 연기한 김명민은 주인공이지만 튀지 않고 장사리상륙작전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자신의 분량이 많이 편집되는 가운데서도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영화의 메시지를 지켜낸 덕분이다.
세상에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나섰다는 그는 "작품의 성패를 떠나 배우를 하는 그 날까지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일정에선 평소와 달리 침착한 모습인 것 같다. "9월이 추모 기간이다.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 참여한 이후로 자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분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한다. 시사회에서 옷도 블랙으로 맞춰 입었다. 단순히 영화를 찍고, 개런티를 받고, 영화가 흥행하고 그런 것을 떠난 의미다. 전승 기념식을 가보니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 유가족 분들이 와서 보시고, 살아 계시는 참전 용사 분들이 먼저 간 전우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장면을 지켜봤다. 내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그 분들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영웅이 있지만, 그들은 우리와 동시대에 살아계시지 않나. 그래서 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역사의 한 현장에 계셨던 분들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하다. 그 히어로들과 마주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전승 기념식에서 벅찬 감격의 눈물을 많이 흘리고 왔다. 배우로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작품의 성패를 떠나서 배우를 하는 날까지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겠다."
-관객의 입장에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어떤 영화인가. "기교없이 담백하게 담아낸 곽경택 감독님의 방식이 좋았다. 학도병을 주로 다룬 이야기다보니, (내가 맡은) 대위 역할은 한 스텝 떨어져있다. 무모한 작전에 목숨을 잃었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가졌던, 문산호에 승선했던 그 분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족을 뒤로 하고 나온 거다. 1997년에 해병대에 의해서 문산호의 잔재와 유골이 발견됐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문산호 실제와 같은 크기의 배를 만들었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그야말로 '잊혀진 영웅들'을 그린 영화다."
-주연으로서 흥행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이런 답변이 어쩌면 무책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당연히 배우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작품을 선택할 때 그걸(흥행 가능성을) 많이 보지 않는다. 나를 필요로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모하게 도전하는 측면이 많다. 당연히 흥행을 해야한다. 많이 보셔서 이런 역사를 많은 관객들이 알게 되시면 좋겠다. 흥행이 돼야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를 갖고 있고, 여러분들에게 널리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도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알고 있었나. "솔직히 처음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전작 '물괴'와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데, '물괴'를 촬영할 당시 한쪽 구석에서 '장사리'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고증에 힘쓰고 있더라. 같은 제작사의 다음 프로젝트이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막상 저에게 캐스팅 제의가 오니 '이게 무엇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작전인지 잘 몰랐다. 역사적 사명 속에 하나씩 알아가다보니 말도 안 되는 작전이었더라. 증언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곽경택 감독님이 연출을 급히 맡고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 또한 캐스팅됐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거절했었다. 서서히 내 머리 속에 이 작전이 인지되면서 '이 영화는 이명준 대위 중심이 아닌, 학도병의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출연하겠다'고 했다." >>[인터뷰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