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영화 '옥자'가 친 사고다. 그 만큼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뜻. 이렇게 된 이상 트로피까지 거머쥔다면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봉준호로 시작해 봉준호로 끝나게 되지 않을까.
엄밀히 따지면 미국영화로 분류되지만 한국이 낳은 거장 '봉준호'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도 '옥자'는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한국인이 만든 한국영화로 인지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의미가 강한데다가 제목도, 소녀 여주인공도 모두 익숙하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봉준호 감독은 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공식초청이라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하여간 사고 치는데는 선수다. '깐느박'처럼 조만간 새 별명이 생길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하지만 '옥자'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 순간부터 개막식이 개최되기 직전까지 프랑스 영화계의 집단 반발을 받아야 했다. 극장 상영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리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가 영화제에 초청될 수는 없다는 이유다.
칸영화제 측과 프랑스 영화계는 끊임없이 부딪쳤고, 결국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새 규칙을 만들어 냈다. '옥자'가 쏘아올린 꽤 큰 공이다.
물론 이 같은 전쟁에서 오히려 '옥자'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입장이었다.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아들인 것일 뿐 '옥자' 자체로는 문제가 전혀 없다. 봉준호 감독 역시 최근 진행된 '옥자' 국내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보는 과정 중 있는, 작은 소동일 뿐이다. 심각하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황금종려상 후보에 자동 노미네이트 된 '옥자'가 수상 만큼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반대 입장을 전해 눈길을 끈다.
어차피 상은 프랑스 영화계가 아닌 칸영화제 심사위원이 선정하는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또 그들만의 논란도 칸영화제의 새 규칙 발표로 사실상 잠식된 만큼 수상 여부에까지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 만약 그러한 이유에서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국내 영화팬들 역시 봉준호 감독과 '옥자'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과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이 같은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 상황. 특히 올해 심사위원 중에는 '깐느박' 박찬욱 감독이 포함돼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초청은 영광스럽고 흥분되지만 동시에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 같은 느낌이다. 전세계 까다로운 관객들이 프랑스 작은 시골 마을에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데 그게 두렵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아름답게 완성했다고 자부한다. '옥자'가 경마장에 올라가는 말처럼 그런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방식으로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했다.
'옥자'는 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칸영화제에서 19일 오후 공식상영을 갖는다. 베일벗은 '옥자'에 대해 해외 영화인들은 어떤 이야기를 쏟아낼지 역시 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