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민영(31)이 올여름 큰 산을 넘었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 몇 겹의 한복을 갖춰 입고 매 회 펑펑 눈물을 흘렸다. 5년 전 MBC '닥터 진'을 찍고 난 후 "너무 힘들어 다시는 사극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고생을 자처했다. 그만큼 KBS 2TV 수목극 '7일의 왕비'는 박민영에게 둘도 없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고생길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더위를 먹고 스트레스를 받아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까지 며칠간 물만 마셨다. 하루에 한 시간 남짓 자며 대본을 외우고 연구했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 사기가 떨어질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인터뷰②에 이어
- 걸그룹 댄스 마니아라던데. "가끔 TV를 보다가 혼자 춘다. 트와이스 '시그널' 같은 춤을 춘다. 정말 좋아한다. 발레를 했다.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장기 자랑 시간에 춤을 추는 아이였다. 사실 어렸을 때 미국에 가서 그 시간(장기 자랑 시간)이 없어진 거다. 이때 풀었어야 했는데 풀지 못하니 성인이 됐는데도 아직 걸그룹에 빠져 있다. 보이그룹보다 걸그룹 노래가 더 신난다.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은 '기상송'이다."
- 쉴 때는 뭘 하나. "할 일이 정말 많다. 강아지가 10kg이 나가는데, 털을 빗겨 주고 놀아 줘야 한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라 공놀이를 백 번 정도 하지 않으면 짖는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커피를 내려야 하고, 중국어 과외도 받는다. 중국어 숙제도 많다. 그리고 밥도 해 먹어야 하고 치워야 하고 일주일에 영화 서너 편은 봐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첫 방송을 꼭 본다. 그다음 시간이 남으면 내가 좋아하는 예능을 본다. 하루가 짧다. 평소엔 '집순이'다. '카페 드 민영'이라고 나래바보다 먼저 생겼다. 친구를 초대해 같이 밥 먹고 커피를 마신다. '카페 드 민영'은 예약이 필수다."
- 연기자 박민영에게 '7일의 왕비'는 어떤 의미인가.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굉장히 많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줄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비극적 결말이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까지 깊이 있는 비극을 연기해 본 적은 없다. ('7일와 왕비'는) 가족이냐 나라냐를 두고 고민하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생존 로맨스다. 생존을 놓고 싸우는 마음의 갈등을 묘사해야 한다. 감정에 바닥이 존재한다면, 그 바닥을 한 번씩 찍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다뤄지는 실존 인물에 대한 표현도 숙제였다. 실존 인물에게 해가 가지 않으면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다. 왜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랑의 과정이 어릴 때부터의 서사로 그려진다. 그 연결 고리 중 하나라도 놓치면 조각이 틀어지는 거다. 머리가 복잡했다. 대본을 붙들고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심지어 대사도 길었다. 생방송 촬영인데 대사가 길다는 건 잘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것들이 겁났다. 연기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분명한 건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하루 한 시간도 자지 않으면서 대본에 매달렸다. 단 한 번도 대본에 소홀한 적이 없었다."
- 남은 하반기 계획은. "쉴 것 같다. 작품을 하지 않아도 하는 일이 엄청 많다.(웃음) 지금 보고 있는 작품들은 다 내년 상반기 것들이다. 물론 사극은 배제해서 보고 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