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춥다. 하지만 따듯한 온기도 느낄 수 있다. 영하의 날씨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겨울의 여름'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년여 간 타이거JK에게 세상은 춥고 쓸쓸한 겨울, 그 한 계절이었다. 2013년 아버지 고 서병후 선생이 암 판정을 받고 지난 2월 세상을 떠나면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자’라는 이름의 앨범을 아버지에게 선물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악몽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아버지를 자신의 품안에서 보내드렸다. 마음이 온전히 아버지가 살아 있던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 윤미래와 친 동생같은 후배 비지의 보살핌이 있어서다. 그래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고 세 사람이 함께한 ‘엔젤’이라는 곡이 세상에 나왔다.
타이거JK 패밀리 MFBTY(타이거JK, 윤미래, 비지)를 취중토크로 만났다. 이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타이거JK에게 한 겨울 속 크리스마스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한다. 무대 위에서 '발라버려'라고 포효하는 그를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달엔 음악 레이블 필굿뮤직을 설립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사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지난해엔 아버지가 암 판정 받고,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어요. 이상한 젤리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었어요. 그 때 '살자'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였어요. 아버지가 가사를 썼고요. 그런 상황이라 회사 운영은 불가능했죠. 이제 정신을 조금 차렸고, 일을 시작하는 차원에서 회사의 설립을 다시 알리게 됐어요."
-부친이 별세한 이후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있다고요.
"올해 2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손을 꼭 잡고 있었어요. 그 때 아버지를 일으켜도 드리고 물도 드리고 하면서, 제 머리카락이 아버지에 닿았거든요. 그래서 자르지 못하겠더라고요."
-비지는 고 서병후 선생이 임종하기 전에 파티를 열어줬다고요.
(비지)"제게도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 아무도 모르게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었어요. 아버지가 걷지를 못하셨는데 그 날 만큼은 일어나서 같이 사진도 찍었고요, '행복하게 하자. 모두 잘 될거야'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타이거JK)"파티를 연 다음날이었어요. 아버지게 제 팔에서 임종하셨어요. 그래서 비지에게 참 고마워요. 돌아가시기 전에 파티를 열어준 사람이잖아요."
-힘을 내기까지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타이거JK)"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런 감정이 가시지는 않았죠. 근데 아버지가 써 주신 노트들에 글들을 봤어요. 거기에 좋은 말들이 많았어요. 복싱도 도움이 됐어요. 비지가 같이 시작하자고 해서 갔는데 관장님도 아버지가 얼마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 때 운동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족이 보였고요. 미래도 있고, 조단이도 있고, 내 직원들도 있는데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었을 거예요.
(타이거JK)"'모든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라는 글이었어요.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물었어요. '이렇게 길게 쓸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고 쓰면 되잖아요'라고요. 그 때 아버지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야'라고 하시더군요. 저의 그 말도 부정적이라는 거죠."
-아버지의 흔적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작업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부탁한 게 있어요. 어린 애기부터 어른까지 '살자'라는 글자를 친필로 써서, 전시를 하자고요. 그 글 중에서 몇명을 뽑아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을 베풀면 좋겠다고요. 아버지의 글들은 묶어서 책을 낼 생각도 하고 있고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타이거JK)"그동안 저와 미래가 모았던 전 재산이었어요. 아버지 노트 글 중에 ‘나도 사실 무섭다. 시체 같은 몸을 써서라도 좋은 일에 이용을 했어야 하는데 겁이 나는구나.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꽃을 선물하고’라는 글이 있었어요. 그 노트를 발견하고는, 아버지와 약속을 했어요. 베풀겠다고요. 가족들에게 ‘우리 괜찮습니다. 새로 시작합시다’라고 얘길하고 은행에 기부를 했어요. 은행장이 나와서 우리들 통장 상황을 보고, ‘왜 기부를 이렇게 하려고 하냐, 몇천은 남겨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묻더군요. 그래도 기부를 하고 마음이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