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인 성탄④] 타이거JK "미래에게 반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춥다. 하지만 따듯한 온기도 느낄 수 있다. 영하의 날씨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겨울의 여름'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년여 간 타이거JK에게 세상은 춥고 쓸쓸한 겨울, 그 한 계절이었다. 2013년 아버지 고 서병후 선생이 암 판정을 받고 지난 2월 세상을 떠나면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자’라는 이름의 앨범을 아버지에게 선물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악몽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아버지를 자신의 품안에서 보내드렸다. 마음이 온전히 아버지가 살아 있던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 윤미래와 친 동생같은 후배 비지의 보살핌이 있어서다. 그래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고 세 사람이 함께한 ‘엔젤’이라는 곡이 세상에 나왔다.

타이거JK 패밀리 MFBTY(타이거JK, 윤미래, 비지)를 취중토크로 만났다. 이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타이거JK에게 한 겨울 속 크리스마스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한다. 무대 위에서 '발라버려'라고 포효하는 그를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타이거JK와 비지는 언제 처음으로 만났나요.

(비지)"제가 (양)동근이의 DJ였어요. 동근이에게 랩을 가르친 것도 저고요. 그 게으른 랩 있잖아요. 그러다가 JK형도 알게 됐는데, 제 친 형보다도 더 친해지고 잘 통하더라고요. 저도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있는 모습들을 좋아했거든요. 근데 형은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있지만 둘이 있을 때는 순수한 면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같이 생활하고 음악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를 보면 부럽죠.

(비지)"부럽죠. 같이 일을 하면서 가정까지 꾸리는 게 절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대단하죠."



-싸울 때도 있지 않을까요.

(비지)"둘이 음악을 할 때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면 전 화장실을 가죠. 하하."

(타이거JK)"싸울수가 없는 게 미래는 감이 좋아서 녹음을 한 번에 끝내버려요. 누가 원테이크의 여왕이라고 하더군요. 무안해서 제가 '이번에 별로였어'라고 장난을 칠 정도에요."



-예전 인터뷰를 보면 타이거JK는 항상 음악적인 재능은 본인보다 윤미래가 위라고 얘길했어요.

(윤미래)"그 말은 맞는 거 같아요. 하하. 항상 얘기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오빠가 천재라고 생각해요. 그의 완벽주의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요. 우린 괜찮다고 하는 것도 오빤 장인정신으로 계속 고치니까요."



-'힙합잉꼬'라고 불려요. 아직도 전기가 찌릿찌릿하다고요.

(타이거JK)"사랑의 유지는 남자의 노력이죠. 하하. (유)재석이 형부터 다 거짓말을 한거예요. 결혼의 좋은 점만 얘기했는데, 사실 결혼하면 세상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거예요. 다행인건 미래가 제게 진짜 빠져있다는 거죠. 한 여자가 이렇게 한 남자에게 반할 수 있나 생각했어요. 근데 제 초콜릿 복근이 없어지면서 관계가 서먹해 지더군요. 요즘 복싱을 하면서 복근이 돌아왔어요. 사랑은 남자들의 노력에 달려있어요. 하하."

(윤미래)"이런 이상한 얘기까지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지 안다면 결혼하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해요. 하하."



-두 사람이 교제한 기간만 7년 정도로 알고 있어요.

(타이거JK)"처음 만난 건 90년대 후반이었을 거예요. 그 때도 제가 미래를 좋아하긴 했는데 이성적인 건 아니었고요. 그 땐 우리가 순수했죠. 그러다가 정이 사랑이 되고, 눈이 맞아 버린거죠. 미래는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얼굴부터 발끝까지."

(윤미래)"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굉장히 정신이 없었어요. 대화를 하면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거 같고, 말할 때 툭툭 치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싫고요. 사실 그 땐 남자에 관심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근데 몸매가 좋았어요. 상의를 벗는데 '마이 스타일' 그랬죠."

-결혼을 앞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타이거JK)"사귀어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네요. 사실 연애 때는 가짜 들이 나와서 하다가, 결혼하면 진짜가 나오니까요."

(윤미래)"결혼은 음, 하지 말라고 조언할게요. 하하."



-아들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습니다.

(타이거JK)"예뻐요. 아버지의 사랑을 알겠어요. 남자는 아버지를 잃고 나서 진짜 남자가 되는거 같아요. 조단이는 음악을 좋아해요. 엑소의 곡, 슈퍼주니어의 곡, 지드래곤의 곡을 다 구분하고 이해해요. 저에게 '아빠 이런 걸 해야지'라고 조언도 하고요. 한 번은 '아빠 덥스텝을 해'라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얘길 하더군요. 이젠 글도 쓸 줄 알아서, 유튜브에 들어가, 음악도 검색할 줄 알아요. 조단이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요."

(윤미래)"사실 아들을 키우면서 힘들지 않다고는 얘기할 수는 없어요. 밤에는 빨리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자면 깨우고 싶고요. 오빠랑 똑같아요. 같이 있으면 일하러 빨리 안나가나 싶고, 안 들어오면 언제쯤 들어오나 싶고요."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을 여쭤볼게요.

(타이거JK)"최근에 '우린 즐겁게 일하고 아름다운 메시질 전하는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될거다'라는 글을 회사 칠판에 써놨어요. 유치하지만 그게 우리의 목표예요. 큰 부자가 될건데 숫자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그렇게 될 거예요. 그렇게 안될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 항상 그랬어요. 드렁큰 타이거가 나왔을 때도 2년 동안은 안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윤미래)"음악적인 목표는 오빠랑 똑같아요. 그 외에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했으면 하고요."

(비지)"지금 조그만 복싱 대회를 입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겠습니다. 모든 일을 흥미롭고 재미있고,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게요."



글=엄동진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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