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 작가의 tvN 주말극 '호텔 델루나'는 판타지 로맨스에 여름밤 어울리는 귀신 이야기를 결합한 트렌디한 이야기로 올해 tvN 드라마 최고 기록(12.0%)을 경신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쾌걸춘향'(2005) '마이걸'(2006) '환상의 커플'(2006) '미남이시네요'(2009)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 등 로맨스 장르에서 필력을 과시해 온 홍자매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지은(장만월)·여진구(구찬성) 등 각 캐릭터에 안성맞춤인 캐스팅과 이들의 연기력도 '호텔 델루나'의 성공 비결이었다.
처음부터 꽃길만 펼쳐진 건 아니었다. '호텔 델루나'는 귀신이 다녀가는 호텔이라는 소재가 공개되자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과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았고, 방송 이후엔 드라마 '도깨비'(2017)에서 주인공 성별을 바꾼 이야기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이런 의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지만, 작가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다. 홍자매 작가는 이야기의 창의성이 아닌 소재 하나만 가지고 표절을 판단하는 태도는 창작을 위해서라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엔딩은 언제 정했나. 홍미란(이하 미란) "처음부터 장만월은 떠나고, 구찬성은 잘 보내주는 게 목표인 관계였다. 점점 사랑하게 되면서 같이 있는 게 슬프고 애틋해졌다. 구찬성이 장만월의 가득 찬 원념을 비우는 걸 도와준 뒤 배웅해주는 엔딩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특히 마지막 신은 CG가 필요했던 터라 한 달 전에 대본이 나왔다."
-처음부터 새드 엔딩이었나. 홍정은(이하 정은) "델루나라는 공간 자체가 죽은 사람들을 위로해줘서 잘 보내주는 게 목표인 공간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귀신이 장만월이다. 장만월이 구찬성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건 이 공간을 설정하면서부터 전제로 했다. 다른 직원들이 떠나는 것도 이 생의 아픔을 다 씻고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기쁨이다. 장만월이 유도교를 멋지게 걸어가는 것과 구찬성이 장만월을 멋있게 보내주는 것, 이 두 가지가 장만월과 구찬성에 어울리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에필로그에 김수현이 등장해 시즌2에 대한 기대도 있다. 미란 "시즌2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엔딩은 달의 객잔이라고 하는 귀신이 와서 쉬었다 가는 그 공간이 계속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넣었다." 정은 "특별출연이 정해진 뒤에 대본을 쓰진 않았다. 김수현의 등장 같은 경우도 한 달 전에 대본을 넘겼는데 새로운 달의 객잔 주인으로 김수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이지은을 섭외 못 하면 제작을 접으려고 했다는데. 미란 "빈말이 아닌 게, 장만월은 카리스마도 있고 멋대로인 부분도 있고 화려하기도 하지만 애잔한 면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지은이 갖고 있는 정서가 장만월과 닿아있었다. 오충환 감독과 이지은을 만나 열심히 설득했다."
정은 "만일 이지은이 안 되면 드라마 설정을 바꾸려고 했다. 호텔 남자 사장과 여자 호텔리어의 이야기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녀관계의 전복 같은 독특함이 없어지니까 아쉬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지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진구도 어려운 연기를 해냈다. 정은 "동물적인 감, 타고난 천재성이 있다. 첫 리딩 때 약간 전작의 느낌이 남아있어서 걱정했고, 그 자리에서 구찬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바로 바뀌는 걸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머리로만 하는 연기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캐릭터 나이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 걱정했다. 그런데 그 나이까지 연기하더라. 장만월은 가진 특성이 많아 화려한데, 구찬성은 조금 평범할 수 있다. 그런 걸 연기로 다 표현해줘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여진구에게 고마웠다."
-이지은·여진구의 로맨스가 적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미란 "두 사람의 시작 자체가 보내줘야 하는 사람과 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장면에서도 행복한 음악이 아니라 슬픈 음악이 깔리는 이유가 그거였다. 둘의 행복이 전제되지 않은 사랑이었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갈증이 느껴진 것 같다."
정은 "구찬성은 신중한 캐릭터다. 보내줘야 한다는 걸 아는 남자가 영원히 행복할 것처럼 사랑을 나누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사랑은 스킨십이나 데이트신을 많이 보여준다고 해서 깊어질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멜로 신이 더 많았다면 둘 사이의 긴장감이나 슬픔이 안 살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