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 "로코·전쟁영화 끌려요" 진영이 그린 차기 행보

중·장년층에도 인기가 터진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온라인 상에는 엄마와 딸이 오랜만에 함께 TV 앞에 앉아 있었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요즘 아이돌을 잘 알지 못하는 엄마라면 딸에게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저 깔끔하게 생긴 신인배우는 누구니?"

보이그룹 B1A4의 리더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로 손색없는 진영(24)이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영화 '수상한 그녀', MBC '맨도롱 또똣' 등을 통해 일찌감치 연기자의 길을 걸었고 때마다 호평 받았던 진영이다. 하지만 첫 사극에서 선보인 이미지는 기대 이상으로 신선했고 상상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이번에도 짝사랑만 하다 주인공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진영이지만 조력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남달랐던 만큼 그 여운도 크게 남았다. 진영으로서, 또 윤성으로서 나쁘지만은 않은 결말이었지만 "다음번엔 꼭 사랑이 이뤄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몇 번이고 강조한 속내는 진심이다.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프로듀서로서, 또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연기자의 길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의지와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연기돌=발연기'라는 공식도 옛말이다.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는 아이돌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아이돌과 연기자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요즘 눈여겨 볼 만한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입주 신고 완료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 공식 데뷔 전 단역으로 활동했던 모습이 팬들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 많이 돌아다녔다. 연기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니까. 주말마다 오디션도 보고 연기 학원도 다녔다. 단역부터 시작했는데 지나가는 역할 하나도 소중하고 좋았다. 촬영장에 있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 '계속 하고싶다'는 마음이 그 때 다져졌다."

- 지금도,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경험이다.

"좋은 역할을 맡을 때마다 과거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때 하길 잘했어' 싶기도 하고.(웃음) 카메라 보는 법도 배웠고 촬영장에 대한 익숙함도 생겼다. 살짝이라도 경험한 것이 좋긴 좋더라. 정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연기와 음악을 딱 절반, 5대5 비율로 병행하고 있는 느낌이다.

"상호작용이 있는 것 같다. '안갯길'이라는 곡도 드라마를 통해 보고 쓴 것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음악적인 도움을 많이 받는다.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지 똑같다고 본다. 어느 하나에 더 치중하는 것 보다 같이 잘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연기에 가수활동, 프로듀싱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 싫어하는 일이었다면 '하기 싫다. 좀 미루면 안 되나' 투정을 부렸을지도 모른다.(웃음) 하고 싶은 일은 넘치게 들어와도 일단 하겠다, 해 보겠다는 마음이다. 내 시간을 쪼개고 잠을 조금 덜 자면 다 할 수 있다. 행복하게 하고 있고 즐겁게 하고 있는 일들이라 마냥 힘들지는 않다."

 

-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해소하는 편인가.

"곡을 쓰다 보면 잘 나올 때도 있지만 안 나올 때도 많다. 너무 너무 안 나올 땐 미친다. 그럴 땐 그냥 손에서 딱 놓고 접는다. 붙잡고 있어 봤자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자신 만의 필이 와야 진행할 수 있다. 아는 형은 기타를 들고 바다에 가기도 한다더라. 정말 차라리 쉬는게 낫다. 일주일, 이주일까지 쉰 적도 있다. 창작의 고통이 있는 것 같다."

-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슬럼프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봤을 땐 슬럼프일지 몰라도 나 스스로는 '이게 슬럼프야'라고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다. 슬럼프를 거부한다. 하하. '내가 안 되는게 아니야. 잠깐 쉬면 괜찮아 질거야'라고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팬 분들이 '정긍정'이라고 불러 주신다.

이전까지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사회 생활을 일찍하고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긍정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일을 할 때도 더 잘 된다. 누구에게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B1A4 앨범 준비는 잘 되가고 있나.

"올해 안에는 무조건 컴백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 만큼 책임감도 많아지고 있다. 프로듀서 쪽으로 활동 하면서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또 걸그룹 노래를 쓴 후에는 댓글을 보면 남자 비율이 30~40%까지 오를 때도 있다. '이제 진짜 더 신경쓰지 않으면 큰 일 나겠구나.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

- 멤버들 모두 개별 활동 성적도 좋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완전체 활동을 더 기대하고 있고 놓치기 싫어한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전보다 확실히 더 열의가 보인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도록 하겠다."

 

- 배우로서 탐나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일단 통통튀는 로맨틱코미디를 꼭 한 번 해보고 싶고 그냥 코미디도 좋다. 그리고 전쟁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고생은 할 것 같은데 끝나고 영화관에서 보면 엄청 뿌듯할 것 같다. 가끔 전쟁 영화나 판타지 영화 등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안에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살지 못했던 시대, 겪을 수 없는 공간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더라."

- 사극도 좋았겠다.

"맞다. 현대극도 충분한 매력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어쨌든 해 봤던 것이니까. 사극은 실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있다. 캐릭터도 그런 쪽을 선호한다."

- 평소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나.

"엄청.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웃음) 좀 부럽다. 지금 살아가는 내 삶도 좋고 중요하지만 가끔 만화 속 주인공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 왠지 모험도 좋아할 것 같다.

"실패를 해도 부딪쳐 보는 것이 좋다. 전혀 모르는 일이 내 앞에 뚝 떨어져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정말 못하면 다시는 안 하면 되니까. 아예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직 하기 싫은 일을 못 만나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웃음)"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B1A4 앨범 준비를 하고 있고 좋은 기회가 온다면 차기작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아,  더 늦기 전에 교복도 입어보고 싶다. 21살이 되면 가장 입고 싶은 옷이 교복이라고 하지 않나. 나도 그렇다. 학교에 다닐 땐 싫었는데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풋풋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조연경 기자 [e-mail]
사진=W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