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에 개봉한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에서는 이병헌과 박정민의 어머니 주인숙을 연기하며 영화의 한 축을 맡았다. 매주 금요일에 방송되는 tvN '윤식당2'로는 직원 이서진·정유미·박서준을 이끄는 오너 셰프로 활약 중이다. 영화는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뒤 '연기 천재들이 선사하는 힐링'으로 호평받고 있다. '윤식당2'는 첫 방송부터 14%의 놀라운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다. 윤여정은 지금 뭘 해도 되는 70세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이병헌(조하)과 엄마 윤여정(주인숙)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박정민(진태),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윤여정은 이 영화를 통해 생애 첫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스스로에게 "이번 영화는 나의 실패작이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칭찬에는 "그런 말에 현혹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연기 경력 53년 차, 장인이기에 가능한 자기반성이다. - 예능 출연이 연기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나.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나영석의 꼬임에 넘어간 거다.(웃음)"
- 새 알바생 박서준은 어떤가. "처음엔 드라마에 나온 아이인 줄 몰랐다. (이)서진이에게 물었더니 '인기 있는 아이'라고 하더라. 음식을 하느라 정신이 나가서 데고 칼에 살이 베이고 그랬는데, 어느 날 (이서진이) 좁은 주방에 있기에 야단친 적이 있다. 이서진이 '선생님 신상에 안 좋아요. 야단치지 마세요'라고 하는 거다. 팬들이 많아서 안 좋단다.(웃음)"
- '윤식당2'가 첫 방송부터 14%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나타냈다. "박서준의 인기 덕분 아닌가. 제작진이 편집을 잘한다. 큰일 났다. 내 대표작이 '윤식당'이 됐다. 사람들이 다른 작품 이야길 안 한다."
- 다른 동료들의 연기를 최근에 본 적 있나. "'아이 캔 스피크'를 보려고 했는데 외국에 있어서 못 봤다. 얼마 전에 '1987'을 봤다. 대통령과 같은 날에 봤는데, 내 기사는 안 나고 대통령 기사만 났다.(웃음)"
- 연기 경력 53년 차다. 어려움은 없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똑같은 얼굴에 목소리에 뭘 하든 비슷하게 보일 거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사투리를 해 보려고 한 거다. 연기엔 장인이 없다. 신인이 잘할 때가 가장 무섭다. 신선함과 순수함과 날것. 날것을 보여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 대선배로서, 충무로에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더라. 영화에 남자들만 나오더라. 최근에 본 '1987'도 김태리만 여자고, 남자만 떼로 나온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에겐 흥분할 일은 아니다. 어떤 현상인 거다. 때가 지나면 여자들이 기량을 펼치는 세상이 올 거다."
- 제2의 전성기다. "나이 칠십 (살)에 전성기라고 해서 과로로 죽으면 어떡하나. 안 하련다.(웃음) 예능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거다. 강호동·유재석 이런 사람들은 정말 힘들 거다. 1시간을 위해 14시간씩 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느꼈다. 예능은 그냥 노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 몇 세까지 연기할 생각인가. "백 세 시대다. 백 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지만, 활동은 하고 싶다. 방송국도 58세가 정년이라더라. 연장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조용히 늙으려고 한다. 제2의 전성기, 그거 이상한 것 같다. 50세 60세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제3의 전성기는 조금 부끄럽다. 조용히 늙어 가려고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죽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일이 웰다잉이다. 내가 정신을 놓으면 대사를 못 외운다. 그럼 민폐가 된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덕을 잘 쌓으면 이다음에 좋은 감독이 가만히 앉아만 있는 역할을 줄 거라고. 그런 역할이면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