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리더 배영준(44)이 더블유의 모체인 코나 시절(1993~2000년) 발표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마녀! 여행을 떠나다'는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됐던 당시 가요계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아직도 젊은이들은 끈적끈적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우린 오늘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나와 함께 해줘'라는 도발적인 가사의 코나 노래를 즐긴다.
코나의 해체 이후 2001년에는 김상훈(38)과 한재원(39)이 합류해, 더블유를 결성하고 2000년대 초반 클래지콰이 등과 일레트로닉 붐을 이끌었다. 두 장의 정규 앨범과 OST 작업 등으로 당시 가장 '핫'한 '쇼킹 핑크 로즈' '로켓 펀치 제너레이션'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2008년 여성 솔로 웨일이 합류하면서는 더블유앤웨일(W&Whale)로 활동을 시작했다. 1집 '하드보일드'부터 타이틀곡 'R.P.G Shine'으로 대박이 났고, '하이스쿨 센세이션''브레이크 잇 다운' 등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더블유의 음악은 지난 20여년 동안 '음악 좀 즐긴다'는 젊은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2013년 더블유는 더블유앤자스(W&JAS)로 진화했다. 웨일이 탈퇴 후 여성 보컬 자스(30)가 팀에 합류하면서 음악적인 색깔도 대폭 수정됐다. 최근 발표한 첫 미니앨범 '뉴 키드 인 타운(New Kid In Town)'은 골수팬들이라면 배신감을 느낄만큼 차분하다. 일렉트로닉 전자음보다는 아날로그에 집중하며, '트렌디'보다는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선 공개곡 '별을 쫒는 아이'부터 타이틀곡 '그린'에 이르기까지 '도발'보다는 '힐링'에 초첨을 맞춘 듯 가사 또한 희망차고 차분하다. 리더 배영준은 "트렌디를 쫒기 보다, 대중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변화의 의미를 전했다.
-팀의 마스코트 같았던 웨일이 떠났다.
"웨일 양을 만나서, 꼬박 5년 반 동안 같이 했으니 당연한 거다. 팀의 활동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좋은 활동을 해온 덕분에 이번 활동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배영준)
-새 보컬 자스의 느낌은 어떤가.
"같이 있는게 재미있다. 우리 남자 셋은 사교적이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친하지도 않다. 하하. 자스양이 들어오면서 팀 분위기가 유쾌해졌다. 요즘에는 맛집 순례를 다니기도 한다. 좋은 동료에서 친구가 된 셈이라고 생각한다."(배영준)
"너무 유쾌해서 피곤할 때가 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액티브하다. 하하. 농담이고 우리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느낌이다."(한재원)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친화력이 있는 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들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자스)
-자스는 어떻게 만났나.
"나는 잘 몰랐고,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자스양이 우리 회사 소속인 러브홀릭스의 객원보컬이었다. 멤버들과도 조금씩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고 하더라. 자스양이 도전했던 '보이스코리아'에서는 상훈이가 하우스 밴드로 참여해 만나기도 했다."(김상훈)
-여성 보컬과만 작업하는 이유는.
"이번에는 남자 보컬리스트와 하려고 굉장히 많은 오디션을 봤다. 남자 보컬과 해야, 웨일과 함께한 5년을 떠나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상훈 군이 자스양은 어떠냐고 추천했다. 이번만큼은 남자 보컬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오디션을 보고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이 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본 곡이 우리 노래였는데, 자기 노래인 듯 기승전결에 맞게 풀어가더라. 굉장히 좋았다. 자스양의 따듯한 성품이 목소리로 나오는걸 느꼈다."(배영준)
-더블유와 같이 작업한 소감은.
"굉장히 좋았다. 내가 함께하고 싶었던 밴드고, 보컬리스트로서 꼭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다. 기대한 만큼 행복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대중적인 가요를 했다면, 오빠들의 음악은 마니아 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 색깔에 많은 부분을 맞춰주는걸 느꼈다."(자스)
-세 사람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따로 떨어져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나.
"다들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작업이 들어오면 개성에 맞게 하고 있으니까 만족한다. 근데 세 명이 함께 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건 거부할 수 없다. 우리가 만화가 허영만 씨를 굉장히 존경하는데, 그분이 한 인터뷰에서 '휴식이 중요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일에서 휴식을 찾는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우리 역시 머리 싸매고 일하는게 아니다. 재미있게 여유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같이 일을 하면서도 함게 휴식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한다."(한재원)
-코나의 음악부터 굉장히 트렌디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
"만화나 영화, 장난감에서 얻는 경우도 있다. 현실에만 찌들어 살았다면 이런 감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난 아내를 제외하고 이 동료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배영준)
-미안한 이야기지만, 인터뷰를 하다보니 사회생활 부적응자 같은 느낌도 있다.
"다들 혼자 노는 걸 좋아한다. 친구도 별로 없다. 자스양을 빼고, 남자 3명은 아직 철도 들지 않았다. 그게 우리의 장점이고 단점이기도 하다."(김상훈)
"롤링스톤즈 믹재거가 히트곡인 '세티스펙션'을 두고 '마흔살이 되서 이 노래를 부르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이야길 했다고 하더라. 이 얼마나 철이 없는 이야기냐, 근데 뮤지션은 어느 정도 철이 없어야 한다. 이 정도로 망가져도 괜찮아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 아닌가."(배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