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뮤즈이자 불륜 대상으로 벌써 네 편의 영화를 통해 호흡한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찍은 후,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로 70회 칸국제영화제까지 찾게 됐다. 지난해 '아가씨(박찬욱 감독)'에 이어 1년 만의 재방문이다.
칸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홍상수 감독 영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에 모두 출연한 김민희는 두 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일 전망이다. 사전에 공개된 시놉시스와 스틸 및 영상을 통해 엿 본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도 또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는 시각적인 면에서 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계절은 여름과 겨울고 나뉘며 컬러 영상과 흑백 영상으로 처리됐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기승전 김민희의 매력을 끌어내 찬양하려는 홍상수 감독의 시각은 여전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랑에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김민희의 캐릭터를 매력있는 여성으로 부각시켰던 홍상수 감독은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에서도 이 같은 시선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내면서 동시에 뮤즈 김민희를 위한 헌정 캐릭터, 헌정 영화를 만든 셈이다.
먼저 촬영한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다. '아가씨' 여주인공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았던 김민희는 당시 칸에서 '아가씨' 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이 촬영 중인 영화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스케줄을 쪼개 '아가씨' 공식행사와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을 병행했기 때문.
'클레어의 카메라' 주인공은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지만 김민희의 캐릭터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영화 속 만희는 정직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고 해고 당했지만 클레어라는 선생님을 만나 공감을 얻는다. '그 후'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출판사에 첫 출근한 아름을 연기한 김민희는 독특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긴다. 상사 봉완(권해효)은 아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하고 "좋다. 정말 좋다"며 그녀의 사상과 생각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두 편의 영화에서 김민희는 계절에 따른 의상 변화만 있을 뿐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막 주워입은 듯한 패션, 민낯에 가까운 얼굴을 고스란히 내비친다. 홍상수 감독 영화 특유의 색채를 비주얼로 승화시킨 것. 또 살짝 웃고 살짝 찡그리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큰 변화는 없다. 느린 말투도 여전하고 알듯 말듯 무기력한 분위기는 사실상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앞서 '화차' '아가씨' 등 상업영화를 통해서도 꾸준히 극찬받은 김민희지만 홍상수 감독을 만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진정한 인생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호평을 새롭게 받고 있는 김민희다. 물론 일각의 반응이고 불륜이라는 사생활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여전히 답은 없다.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김민희를 찬양하는 홍상수 감독의 카메라가 이번에는 어떤 김민희의 모습을 담아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