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라고만 여겼지만 실제로도 욕심이 없었다. 자그마한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수입도 작년에 버는 만큼만 벌자는 주의다. 그래서일까. 그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2003년부터 14년째 구설수 없이 근속 근무 중이다. 공무원이나 다름없다. 그는 "버라이어티 나간다고 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회사에서 버라이어티를 하려면 '개콘'을 버려야한다고 하더라. 모험을 하기 싫었다. '개콘'을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이 기획한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라는 코너는 3개월 째 '개콘'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로 꼽힌다. 오나미·김민경·이현정와 펼치는 말장난이 이 코너의 매력이다. 사석에서도 말장난을 잘하는 정명훈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기가 있다거나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하던 걸 개그에 옮겼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김준호·김대희 등이 '개콘'을 다시 찾기 전까지 서열 1위였다. 그들이 들어오면서 서열 1위를 뺏겼다. 그러나 불만은 전혀없었다. "'개콘'에 서열이 없어졌어요. 형들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김대희 형이 내가 사놓은 의자를 점령해서 앉을 때 불편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 코너가 3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반응이 어떤가.
"'개콘' 공식 페이스북을 보면 반응이 좋다. 언어유희다. 쉬워서 그런지 반응도 좋다. 댓글이나 조회수, 공유 횟수 등의 수치가 높은 편이다. 첫회에 '좋아요' 횟수가 꽤 많았다. 아직까지 '개콘' 코너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 하고 있다."
- 말장난식 개그를 펼친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개인기가 있다거나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아니다. 사석에서도 말장난을 많이 하는 편이다. 평소에 하던 걸 개그에 옮겼다."
- 외모 비하에 여성 비하로 보여질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하고 싶다. 오나미와 김민경, 이현정이 아이템을 가져온다. 오나미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하고 싶다' '피라냐 하고 싶다' 등의 말을 한다. 본인들이 자처한거다. 상황을 먼저 만들고 웃기는 부분에 살을 붙인다. '민경이는 약간 웅크리고 있으면 짐볼 같다' 이런식으로."
- 선배들이 '개콘'에 돌아왔는데 반짝 인기에 그쳤다.
"시청률이 여전히 안 좋다. 그래도 대희 형 들어오기 전보다는 재밌어졌다는 평이 있다. 분위기는 괜찮아졌는데 시청률이 안 좋아져서 씁쓸하다. 요즘엔 TV를 잘 안 보고 스마트폰으로 많이 보고, 보고 싶은 코너만 찾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문화가 바뀌었다. 예전엔 일요일에 가족들이 앉아서 웃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공유 문화가 됐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 같다. 조회수도 시청률에 반영했으면 좋겠다."
- 분위기가 어떻게 좋아졌나.
"내부적인 분위기가 좋다. 서로 으쌰으쌰하고 있다. 연기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니까 '개콘'이 '개콘'다워졌다."
- 서열 1위였는데 김대희에게 밀렸다. 불편하진 않나.
"불편하지 않았다. 요즘엔 서열을 심하게 나누지 않는다. 다만 의자가 불편해졌다. 의자를 내 돈으로 사서 5층까지 올려놨는데 어느날 보니까 대희 형이 앉아있더라. 심지어 등받이 뒤에는 '김대희'라고 써놨다. 그리고 나에게 2만원 주더라. 심리적으로 불편하진 않다. 오히려 회의를 집중하게 된다.(웃음)"
- 서열이 정말 없어졌나.
"그렇다. 서열 1순위라서 좋았던 점은 단 한 개다. 녹화 끝나고 모여서 감독님과 녹화 피드백 자리를 갖는다. 감독님이 나가면 약 10분 정도 빠른 귀가를 할 수 있다.요새는 대희 형 (김)준호 형 나가고 내가 나간다. 이거 군기가 아니라 예의다."
- '개콘'도 그렇지만 타사 공개 프로그램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시청률 때문인 것 같다. 방송국에서 평가하는 건 시청률 뿐이니까. 공개 코미디가 꽤 오랜 세월 하다보니 식상해진 것도 있다. 그래도 개그 프로그램이 있긴 해야한다. 그래야 개그맨들도 먹고 살 수 있다."
- 최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MBC 개그맨들이 '우리도 웃길 수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블루 카펫을 걸었다.
"무대가 있어야 웃길 수 있고, 웃긴 사람이 올라가야 한다. 무대에서 웃긴다고 사람들이 다 웃는 것도 아니다. 정말 힘든 일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한다. 예전에 웃겼던 거 또 하면 웃지 않는다. 개그적으로 봤을 때 대중들 수준이 높아졌다. 다음 멘트를 예상한다. 얼굴에 솜이 있다면 물을 뿌리겠구나 예상을 하시더라. 더 개그맨들이 똑똑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