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율은 솔직했다. 생각도 많았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뭣모르고 보조출연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여주인공의 친구'의 이미지가 강해진 신소율은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이게 자신의 매력이라는걸 깨달았고, 분량이 아닌 작품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그렇게 신소율은 성숙을 거듭했다.
그리고 KBS 2TV '흑기사'에서 또 '여주인공(신세경)의 친구' 김영미 역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늘 밝고 활발한 캐릭터가 아닌 사연이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였다. 신세경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이였다. 어떻게 연기해야할 지 난감했지만, 그동안 견디고 버텨온 연기 경력으로 김영미를 소화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능력치를 최대로 올렸다.
"원래 나를 좋아해줬던 분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흘러가는 대로 있다가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변신을 하려고 해요."
- 좋은 성적으로 '흑기사'가 종영했다. 힘을 보탠 것 같나.
"시청률에 일조했다고 믿고 싶다. 워낙 로맨스에 강한 김래원 선배님, 김인영 작가님과 작업했던 세경이도 있고, 드라마에서 잘 보였던 서지혜 언니와 장미희 선생님가 있었다. 거기에 내가 편승했다는 게 기쁘다. 약간의 부족함을 일부 메웠다고 위안하고 있다.(웃음)"
- 얄미운 캐릭터였다.
"어려운 것 모르고 자란 캐릭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을 품고 있었던 캐릭터였다. 겉으로 봤을 땐 철없어 보이지만 많은 감정을 내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김병옥이 신세경 아버지를 죽인 걸 목격했지만 침묵했다. 친구도 연인도 속인 캐릭터였다.
"초반엔 몰랐다. 목격자라는 걸 중간에 알게 됐다. 작가님이 처음에 '해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언지를 주긴했다. 이런 큰 미안함일 줄은 몰랐다. 목격자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연기가 어려웠다."
-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대본 받았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고민을 했다. 캐릭터가 나빠 보이더라도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남자 하나 때문에 그랬던 걸로 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극중 박성훈에게 집착했던 것 같다."
- 연기에 만족하나.
"만족은 좀 어렵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로 캐릭터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동안 전형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대부분 밝고 철없고 잘 사는집 외동딸이었다. 아픔을 가진 걸 1차원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들이었는데 여기에 비밀이 플러스 된 케이스다. 많은 걸 배운 드라마 였다."
- 실제로도 질투가 많은 편인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있는 편이다. 어릴 때는 쿨한 척 하려고 했다. 쿨한 여자가 멋있는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감정을 속이고 '척'하는 게 싫어지더라. 이제는 질투도 표현하고 싶은대로 한다."
- 박성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엔 얌전한 분인 줄 알았다. 박성훈이 맡았던 박본도 차가운 캐릭터이지 않나. 그런데 밝고 개구장이 같은 부분이 있더라. '질투의 화신'에 나온 그 분인 줄 몰랐다. '이렇게 변신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엔 편해졌다. 현장에서 분위기도 좋았다."
- '흑기사'에서는 선배들과 작업을 했다.
"황정민 선배님과 김병옥 선생님과 많이 호흡을 맞췄다. 황정민 선배님이랑 할 땐 정말 이모 같았다. 김병옥 선생님은 극 중 미움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유쾌한 분이시다. 미국드라마 얘기하고, 사회 얘기도 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 서지혜와 친하다고 들었다.
"평소에 한 달에 한 두 번은 보는 사이다. 같은 드라마 찍는다고 해서 '자주 보겠다' 했는데 평소보다 더 못 만났다.(웃음) 둘이 마주치는 신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간혹 마주치면 그렇게 반갑더라."
- 신세경과도 작품을 한 적 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같이 촬영을 했었다. '흑기사'에서 신세경 친구였는데 정작 친구를 못 만났다.(웃음) 또래 여자배우들과 많이 신이 겹치지 않아서 아쉽다."
- 쉬지않고 다음 작품 '키스 먼저 할까요?'에 출연한다.
"'안 쉬고 소처럼 일하자'가 목표이다. 배유미 작가님 작품을 꼭 하고 싶었고, 감우성 선배님의 컴백작이기도 했다. 드라마 덕후라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1회부터 안 나오고 뒤에서 서포트 하는 감초역이다. 감독님이 '주요배역은 아니야'라며 섭외 요청을 했는데 '감우성이 나오는데 뭐가 중요해'라며 바로 한다고 했다.(웃음)"
- 분량 욕심이 적은 것 같다.
"1~2년 전 만해도 분량을 생각했는데 이젠 시대가 변한 것 같다. 큰 역할을 맡았어도 작품이 별로면 보람이 없다. 반면 분량이 적어도 좋은 작품에 참여하면 뿌듯하다."
- 어느덧 서른을 넘겼다. 연기가 성장한 것 같나.
"작품 끝나고 당장은 모르겠지만 1년 후에 다시 보면 반성하게 된다. '어렸네. 열심히 했네'라고 자체평한 뒤에 노트북을 덮는다. '흑기사'도 1년 뒤에 보고 노트북을 안 닫으면 좋겠다."
- 연기가 변했다고 느끼나.
"나이도 있고 관리를 해야겠다는 느낌도 있다. 예전에 했던 연기를 보니 성숙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 '뭘 해야지 발전할까' 욕심 내는 것보다 계속 부딪히고 배우고 인생경험 쌓으면서 그것을 연기에 접목 시키는 게 좋은 것 같다."
-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데뷔는 20살 때 했다. 그땐 신소율이 아니었다. 그냥 연영과 학생이었다. 기획사도 없었다. 보조 출연부터 시작해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슬럼프라고 생각한 시기는 있지만 조금 지나서 돌이켜 보면 '뭐가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 긍정적인 편이다.
"긍정적이려고 노력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안하는 편이다. 사실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다보니 모든 걸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데 그냥 행동을 똑바로 하면 조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다."
- 신소율에게 인생작은.
"가장 이름을 널리 알린 건 영화 '나의 PS 파트너'와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아닐까. 그때 연기를 보면 정말오글오글하다. 지금 하라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또 달랐다. 마음 편하게 현장을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은 웹드라마 '도도하라'부터였다.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고민 안 하고 재밌게 찍었다. 상대 배우가 걸스데이 유라였는데, 내가 아무리 예쁘고 어려도 유라를 이길 수 없어서 정말 편하게 찍었다."
- 가장 케미가 좋았던 상대 배우는.
"모든 배우들 포함해서 유라랑 케미가 가장 좋았다. 자매애가 있었다. 호흡도 정말 잘 맞았다. 요즘에 유라가 '라디오 로맨스'에 나오는데 중간에 피드백하면 부담스러울까봐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끝나고 연락하려고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