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율은 솔직했다. 생각도 많았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뭣모르고 보조출연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여주인공의 친구'의 이미지가 강해진 신소율은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이게 자신의 매력이라는걸 깨달았고, 분량이 아닌 작품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그렇게 신소율은 성숙을 거듭했다.
그리고 KBS 2TV '흑기사'에서 또 '여주인공(신세경)의 친구' 김영미 역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늘 밝고 활발한 캐릭터가 아닌 사연이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였다. 신세경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이였다. 어떻게 연기해야할 지 난감했지만, 그동안 견디고 버텨온 연기 경력으로 김영미를 소화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능력치를 최대로 올렸다.
"원래 나를 좋아해줬던 분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흘러가는 대로 있다가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변신을 하려고 해요."
- 주인공 친구는 섭렵한 것 같다. 친구계의 달인이다.
"2~3년 전만 해도 인터뷰 때 주인공 친구가 아닌 제 배역을 찾고싶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내 캐릭터보다 작품이 좋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서 주인공 친구라고 하면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내 생각을 옭아맨 잣대 같다. '흑기사'에서 신세경 친구 영미 역이었지만, 영미 만의 캐릭터가 있다. 남들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맡은 캐릭터만 잘하면 된다."
- 그런데 왜 주인공 친구로 섭외가 많이 들어올까.
"자기만의 특화가 있지 않나.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그런 식으로 찾아주시는 것 같다. 목소리 톤도 그렇고, 극 안에 있었을 때 주인공이 우울하면 활기를 복돋아 주는 톤과 표정 때문에 주변인으로 캐스팅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이젠 이런 특화된 부분을 발전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아가 흔들리고 싶지 않다."
- 동안 외모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 넷인데 신세경과 친구로 나왔다.
"동안을 유지하려고 단발병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엔 머리를 기르고 스타일을 바꿨다. '응답하라' 이후 머리칼을 기른 게 처음이다. 긴머리스타일로 바꾸니까 '얼굴이 바뀌었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래서 속상해서 앞머리를 만들었다. 나름 타협했다. 귀가 얇진 않은데 고집 부리다가 망가지고 싶진 않다.(웃음)"
-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인가.
"신경쓰진 않지만 참고는 한다. '흑기사'에서 부잣집 딸 역인데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살을 바로 4~5kg 찌웠다."
- TV·영화에 이어 연극에도 도전했더라.
"연극은 늘 하고 싶었다. 공연을 한 적이 없어서 연락도 안 오고 하자는 사람도 없고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학교 동기 오세미가 연극을 추천했다.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가 달라서 걱정을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실제로 관객을 만나는게 정말 재밌었다. 또 무대에 서고 싶은데 연락이 없다. 공연 관계자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도 하고 싶어서 노래 배우려고 한다."
-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나.
"악착같이 욕심 부리고 싶지 않다. 욕심 부리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더라. 욕심을 부리면 여유가 없다. 편해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분야나 새로운 캐릭터는 꾸준히 도전할 건데 안 되는 걸 되게 하지 않을 거다. 원래 나를 좋아해줬던 분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흘러가는 대로 있다가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변신을 하려고 한다."
- 2018년은 열일의 해인가.
"열일 보단 그냥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요즘에 안 좋은 일들이 많다. 그런 일을 보고도 남들의 눈을 의식하다가 하고 싶은 말을 못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평소에 잘해야 한다. 행실이 바르고 연기를 잘해야 어떤 목소리를 냈을 때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아니면 편승이다. 휩쓸리지 않고 굳건하고 편안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 내가 할일을 인정 받아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 '미투' 운동을 얘기하는 건가.
"피해자에게 응원을 하고 싶다.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거에 대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대중들이 신소율을 어떤 배우로 봤으면 좋겠나.
"그동안 철없고 밝은 애로 봤다면 '이제 나이 좀 먹고 연기 물올랐네'라고 한 번씩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