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 찍어주고 싶은 열연을 펼쳤다. 촬영내내 자신을 짓눌렀던 두려움과 부담감을 완벽하게 이겨낸 이다윗(23)은 영화 '스플릿(최국희 감독)' 속 자폐소년 연기를 위해 배우로서 또 한 걸음 성장했다.
스스로도 "다른 작품과 달랐다"고 말한 이다윗은 고민을 많이 했던 만큼 쏟아지는 호평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 좋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도망가기 쪽팔려' 과감히 도전했던 캐릭터.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는 그래서 더 뿌듯하다.
- 주변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무대인사를 도는데 '끝났구나. 뭐 하나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했고 고생을 해서 그런지 긴장이 탁 풀리더라. 특별한 칭찬은 없었다. '잘했다'가 전부다.(웃음) 근데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 어떤 면에서?
"노력하고 빠져들고 연구해야 했던 캐릭터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성취감은 있는 것 같다. 시작 전부터 부담스러웠고 '해도 될까?'라는 의심도 했던 작품이라 그런지 그런 마음이 더 크다."
- 그토록 부담스러운 캐릭터를 왜 선택했나.
"왜 그런 것 있지 않냐.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생각되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허세는 아니다.(웃음) 사실 고민 끝에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거절하려고 했다."
- 거절했다 다시 설득을 당한 것인가.
"설득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톰 하디의 '레전드'라는 영화를 봤다. 그 날 잠을 못 잤다. 영화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연기를 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나도 어떻게든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용기를 얻었다. 어쨌든 그 배우도 결과물은 모른 채 도전을 한 것 아니냐. 해보지도 않고 도망가는 것이 쪽팔리기도 했다."
-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했겠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나에게 엄청난 허무함과 허탈한 기분을 안겨 주면서 동시에 도움을 주셨던 분이다. '감독님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연기는 네가 하는거야. 난 담아낼 뿐이야'라고 답하셨으니까. 내가 기대고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감독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더 고민하고 빠져들게 되더라.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 볼링은 평소에도 즐겨쳤나.
"그렇게 많이 치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적당한 음주 후에 모두가 그러하듯 내기 정도로 몇 번 쳤을 뿐이다.(웃음) 근데 쳤다고 해도 누가 영훈이 같은 포즈로 치겠냐. 포즈 버전도 많아 고르는데 애를 썼다."
- 유지태·이정현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내 캐릭터의 특징이 성격의 높낮이가 없다. 감정을 모른다. 그래서 주변에서 더 힘들어 할 수 있다. 가만히 있는 나에게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근데 선배님들은 내가 어떤 타이밍에 한 마디만 해도 상황 자체가 재미있게 보일 수 있도록 판을 다 깔아 주셨다. 긴장도 많이 했는데 너무 편하게 대해 주셨고 진심으로 즐거웠다."
-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번은 유지태 선배님께서 울면서 감정을 잡는 신을 촬영하는데 나도 모르게 선배님의 연기가 끝난 줄 알고 '하하하' 웃어 버린 적이 있다. 모든 스태프들이 다 나를 쳐다봤고 그제서야 '컷' 소리가 들렸다. 딱 그런 마음이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속은 울고 있는. 말 그대로 심장이 철렁 하더라. 선배님의 연기를 완벽하게 방해한 꼴이 된 것 아니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방팔방 사과를 드리고 있는데 선배님은 자상하게 웃으시면서 '괜찮아'라고 다독여 주셨다. 잊지못할 실수였고 정말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