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 찍어주고 싶은 열연을 펼쳤다. 촬영내내 자신을 짓눌렀던 두려움과 부담감을 완벽하게 이겨낸 이다윗(23)은 영화 '스플릿(최국희 감독)' 속 자폐소년 연기를 위해 배우로서 또 한 걸음 성장했다.
스스로도 "다른 작품과 달랐다"고 말한 이다윗은 고민을 많이 했던 만큼 쏟아지는 호평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 좋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도망가기 쪽팔려' 과감히 도전했던 캐릭터.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는 그래서 더 뿌듯하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자폐소년의 습관은 어떻게 만들었나.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계셨다. 실제로 그런 상담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더라.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A4 용지에 쓰면서 공부했다. 습관은 그 중에서 하나 씩 골라 추가했고 조합했다. 눈을 깜빡이고 손을 돌리는 등 영훈이 만의 행동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 몸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촬영 초반에는 그 습관들이 몸에 완전히 익지는 않았다. 그 때마다 감독님께서 디테일한 디렉팅을 해주셨다. 찍고 또 찍고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몸에 배어 있더라. '슛' 하면 카메라가 나를 찍지 않아도 알아서 혼자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 그에 반해 감정기복은 크지 않았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반응은 있지만 기승전결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멍해 보여야 했다. 굴곡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영훈이가 아닌 이다윗의 습관과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 짜장면과 밀키스는 질릴만큼 먹었을 것 같다.
"꼴도 보기 싫다.(웃음) 가장 아쉬운건 엄청 먹었는데 영화에서는 많이 안 보였다는 것이다. 그냥 '아, 잘 먹는구나' 정도만 비춰진 것 같다. 진짜 미친듯이 먹었는데. 권해효 선배님과 다 같이 원탁에 앉아 딜을 하는 신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5그릇을 먹었다."
- 먹는 척만 할 수는 없었나.
"나를 찍는 것은 아닌데 자꾸 내 모습이 걸리니까 안 먹기가 애매하더라. 스태프 분들은 '안 먹어도 돼'라고 하는데 나 때문에 선배님들 연기에 방해가 될까봐 열심히 먹었다. 나중에는 위가 찢어지려고 해서 약먹고 토하면서 먹었다. 으. 너무 싫어. 당분간 자장면은 안 먹을 생각이다."
- 캐릭터 성격에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인가.
"아무래도 그렇다. '순정'을 찍었을 땐 평소에도 엄청 까불거렸고 들떠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는 것 만큼 빠져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에서도 '잘 풀어줘야 한다. 잘 빠져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 성공했나.
"아직 조금 그 기운이 남아있긴 하다. '스플릿' 촬영 전 3개월을 포함해 촬영까지 근 6개월을 볼링만 하면서 살았는데 촬영이 끝나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다 멈춰 버리는 것 아닌가. 할 일이 사라지니까 허전하고 공허하다. 또 평소에도 눈을 계속 깜빡거리고 조금만 생각을 놓고 있으면 손목이 알아서 돌아가더라.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 차기작도 중요하겠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서 드라마를 바로 찍게 됐다. 방방 뜨는 캐릭터인데 1, 2회를 보면 영훈이가 보인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손을 영훈이처럼 하고 있더라. 내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시겠지만 아는 분들이 보면 분명히 알아챌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영훈이를 그나마 빨리 정리할 수 있었다."
- 룸살롱 촬영 때 2시간 동안 혼자 무슨 노래를 불렀던 것인가.
"엄청 많이 불렀다. 근데 이게 나만 부른 것이 아니라 한 명씩 다 불렀다. 물론 내가 조금 더 많이 부르긴 했다.(웃음) 촬영에 약간 문제가 생겨 잠깐 쉴 타이밍이 생겼다. 너무 심심하더라. 그래서 '작은 방에서 노래 불러도 돼요?'라고 여쭤봤고 괜찮다고 하셨다. 촬영 시작하게 되면 알려 달라고 했는데 리허설 시작 후에도 날 안 찾으시더라. 아무것도 모른 채 옆 방에서 소리까지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도 노래방은 혼자 자주 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