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종2(조성규 감독)'를 통해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김곡·김선 감독)' 이후 무려 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함은정은, 영화 개봉과 MBC 드라마 '별별며느리' 종영이 겹치면서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감기까지 피하지 못했지만, 함은정은 잦은 기침을 하면서도 피곤함을 최대한 감춘 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별한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정성이 묻어 나왔다.
"티아라로 혜택 받은 것 맞다" "혹평과 악평에는 이유가 있다" 냉정할 정도로 단호한 자기객관화는 되려 듣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연기와 주연에 대한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함은정은 "모든 것은 내 몫"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담담하게 꺼냈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성적을 떠나 팬들과 공유하고 싶어 발매했던 앨범이 1위를 차지했던 것. 묻지 않아도 먼저 티아라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한 함은정은 "나이가 들수록 바뀌는 생각들이 많다. 이제는 목표도 크게 잡지 않는다. 늘 신중하고 조심하게 행동하겠다"며 싱긋 웃었다. -드라마 종영과 영화 개봉이 겹쳤다. "난 신나고 좋은데 보는 분들은 '얘 왜 갑자기 많이 나오지? 왜 갑자기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지?' 할 것 같다. 인터뷰 복이 터졌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 재미있게 하고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스크린이다.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작업할 때도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관객들을 찾아 뵐 수있게 돼 떨리고 감사하다."
-왜 개봉을 못한다고 생각했나. "일반 상업영화도 아니고 굉장한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힘들 수 있을 것 같더라. 많이 봐주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목표로 그 쪽에 대한 기대를 했던 영화는 아니라 오히려 일이 잘 풀린 케이스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원래 영화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있었다.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장르물 등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종2'를 통해 다시 기회가 닿았다. 역할에 애착가는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조성규 감독님의 전작 '두 개의 연애' 같은 코드를 좋아한다. 물론 이번에는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었던 장르가 아닌 스릴러였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감독님의 스릴러는 어떨까?' 상상하며 촬영에 임했다."
-조성규 감독과는 원래 인연이 있나. "아니다. 시나리오 받고 감독님의 존재를 알았다. 그래서 감독님의 작품을 그 때부터 찾아 봤다. '실종2'를 준비하는 사이 '두 개의 연애'가 개봉했고, '산타바바라'라는 작품은 원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의 감성이 좋더라."
-말로 표현하자면. "일본 영화 같은? 일본 영화의 감성도 있으면서 독특한 웃음코드도 있다. '실종2' 역시 장르는 스릴러지만 감독님 특유의 웃음코드가 곳곳에 녹아있다. '피식' 거리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6년 만인 것 같은데 어쨌든 내가 영화를 다시 할 수 있게끔 캐스팅해 주신 분이라 그저 감사하다. 영화의 크기에 상관없이 작업할 때 호흡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호흡은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날 믿어 주셨다. 그러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정말 열심히 했다."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한 캐릭터인데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있다. 그 점이 끌렸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고달프게 살고 있는 친구이고, 수동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친구인데, 상황으로 인해 능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기로 표현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렵다기 보다 배운 것이 많다. 그 동안에는 대본에만 충실했다면 이번에는 대사 사이 사이 혹은 지문 외 행동과 표현을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콘티상 프레임 안에는 없어도 같이 걸리는 신들이 있다. 그런 장면은 상대배우 옆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대본 상에는 세세하게 나와있지 않은데 현장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꼼꼼하게 가르쳐 주셨다."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내가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 그럼 처음에는 잘 모르고 있지 않았겠나.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선영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신경 쓰였다. 표현돼 있지 않은 부분들은 나름 생각하고 준비해서 촬영에 임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바뀔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여러 번 당황했다.(웃음)"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맨 처음 음악조차 입혀지지 않은 가편집본을 봤고, 부천영화제에서 깜짝 상영되면서 완전한 영화는 그 때 처름 봤다. 객관적으로 안 보이고 어쩔 수 없이 내가 못한 것만 보이더라.(웃음) 그래도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아, 감독님의 의도가 맞았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했던 것 같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추자현이 열연했던 '실종'과 비교된다. "원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목은 '실종2'가 아니었다. 그래서 '실종'을 신경쓰거나 염두하면서 촬영하지 않았다. 내용도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제목이 '실종2'로 확정이 나면서 '어? 봐야겠네?' 싶더라. 내가 원체 무서운 것을 잘 못 봐서 '실종'도 다는 못 보고 클립으로만 살짝 살짝 봤다.(웃음)"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데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공포·스릴러였다. "그러니까. 나도 그게 신기하다.(웃음) 현장에서 내가 하는건 너무 너무 재미있다. 현장이 무서운건 아니니까 다 할 수 있다. 잔인하고 공포스럽게 연기하는 것은 즐겁다. 근데 볼 수는 없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보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만 든다.(웃음)"
-어쨌든 '실종2'로 확정됐는데 전작과 비교되는 부담감은 없나. "내용이 비슷했다면 부담감을 느꼈을텐데 전혀 다르니까.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까'만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