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 임시완 “이미 가진 게 많다…더 바라면 욕심”

2016년 첫 취중토크의 주인공은 임시완(28)이다.

MBC '해를 품은 달(2012)'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지 약 3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한 임시완. 영화 '변호인'에서는 시국사건에 휘말린 국밥집 아들 진우 역을, '미생'에선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한 장그래 역을 연기했다. '미생' 첫 화에서 크고 낡은 정장을 입고 회사에 첫 출근하는 유약한 장그래가 스스로 한 발 내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단계가 됐을 때 임시완도 캐릭터와 함께 어느새 훌쩍 성장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20대 주연 배우가 됐다. 이번엔 21일 개봉한 첫 스크린 주연작 '오빠생각(이한 감독)'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버려진 고아들로 결성된 합창단을 지휘하는 한상렬 소위 역을 맡았다. 영화 주연은 처음이지만 조연을 할 때와 마음가짐은 똑같다. 주연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으로서의 부담감도 없다는 임시완이다.

임시완과의 취중토크는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주종으로는 맥주를 택했다. 숨겨진 연예계 주당이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취중토크였지만, 그는 맥주를 딱 한 잔만 비워냈다. 질문을 하면 음식을 향하던 포크도, 맥주잔도 다 내려놓고 대답하는 것에만 '초'집중했기 때문이다.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라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게 어렵다"는 임시완은 결국 인터뷰에 집중하는 걸 택했다.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을 크게 뜨고, 질문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질문의 의미가 헷갈리면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때까지 추가 질문을 한 뒤 비로소 답을 했다. 그가 3년 만에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스케줄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요.

"집에서 예능프로그램을 몰아서 봐요. ‘무한도전’도 좋아하고, ‘런닝맨’도 재밌게 봐요. 요즘엔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프로그램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배우와 가수 행보에 점수를 매겨 본다면요.

"제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성공을 했어요.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는 것 자체가 성공한 거죠. ‘해를 품은 달’때만 해도 연기를 아예 못 했어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는데 새로운 매력이 있어서 마냥 좋았고, 계속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계속 연기할 기회를 주니 감사할 따름이죠. 연기가 좋은 건 접근 방식이 제 성격이랑 잘 맞아서 인 것 같아요. 한 번에 많이 습득하고, 멀티플레이어처럼 동시에 여러 개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정보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집중하는 게 제 성격이랑 잘 맞아요. 전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잘 못 하거든요. 오늘도 인터뷰를 하면서 음식이나 술을 잘 못 먹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아요. 팬들도 알아요. 제가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같이 하는 걸 얼마나 어려워하는지.(웃음)"

-한 인터뷰에서 노래와 춤을 잘 하지 못 한다는 말을 했어요.

"사실이에요. 사실 그대로 말 한 거예요. 제 살 깎아먹기 얘기이긴 한데 거짓말은 못 하겠어요. 가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은 제 욕심 때문에 하는 건데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요. 그 점을 인정하고 잘 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그럼 연기엔 자신이 있나요.

"상대적인 건데요. 노래와 춤의 반대인 연기는 잘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연기 보다 더 못 하는 게 노래라고 말한 거예요.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말일 수도 있는데요. 아닌 걸 맞다고, 못하는 걸 잘한다고는 못 하겠어요."

-연기 활동을 하면서는 상도 많이 받았는데 가수로서는 1위 트로피를 한 번도 받지 못 했죠.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번도 못 한건 물론 아쉽죠. 근데 그게 가수로서 제 점수인 것 같아요. 제대로 평가를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가수와 배우 활동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나요.

"병행하고 싶은 욕심이 커요. 하지만 전 일단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그 선택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 어디에 더 비중을 두거나 그렇진 않아요."

-개별 활동을 하면 팀 활동을 못 하는 것에 대한 멤버들의 불만은 없나요.

"다행히 멤버들이 많이 이해해줘요. 광희, 형식이, 동준이 등 모두 다 응원해줘요. 또 저 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각각 자신이 좀 더 잘하고 강세를 보이는 파트에서 활발히 개별 활동하고 있어요. 음악 활동에 더 집중하는 친구도 있고, 예능을 열심히 하는 친구도 있고요. 저희는 서로 활동에 응원해주는 분위기예요."

-연기할 땐 ‘브로맨스’를 많이 그렸어요.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멜로를 격렬히 원하고 있죠. 격정 멜로요. 그런데 멜로가 저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멜로를 꼭 해보고 싶네요."

-지금의 배우 임시완을 있게 한 작품은 뭘까요.

"존재 자체를 만들어 준 건 ‘해를 품은 달’이죠. 그걸로 연기를 시작했으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해를 품은 달’이 맞는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변호인'·'미생'등 대표작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해를 품은 달’은 저라는 사람을 이 세상 밖에 내보내준 작품이고요. ‘변호인’은 새로운 연기의 깊이를 알게 해준 작품이죠. ‘미생’은 수많은 실제 장그래의 존재를 알게 해 준 작품이에요."
 

-데뷔 후 가장 잘한 선택은 뭘까요.

"그것 역시 ‘해를 품은 달’에 캐스팅된 거예요. 저한테 연기 일을 하게 해준 작품이고, 그 당시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방황했던 저한테 집중하고 관심을 둘 수 있는 걸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데뷔하고 방황을 했나봐요.

"데뷔를 하는 게 곧 성공 달성이고, 목적을 다 이룬거라고 생각했는데 데뷔하고 나니깐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너무 많은거예요. 과연 이 바닥에서 그들처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데뷔 이후 2년 정도 그런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아이돌로 치면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닌데 내가 과연 그들 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고요. 그런 고민의 시기가 있었죠. 그러다가 연기라는 큰 기회를 갖게 된거예요."

-현재 고민은 뭔가요.

"제가 실제 가진 것 보다 더 많은 걸 받고 있기 때문에 고민은 없어요."

-차기작으로 영화 '원라인'을 택했어요.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상쾌한 느낌이었어요. 찜찜하게 남는 게 없었고, 기승전결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감성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저를 감성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개인적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나 장르 보다는 스토리를 제일 중요하게 보거든요."

-올해 목표는 뭔가요.

"없어요. 계획은 몇 년 전부터 만들지 않아요. 어차피 저는 이미 제 능력 이상으로 가진 게 많아서 그 이상 바라고 목표를 삼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김연지 기자 [e-mail]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협찬=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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