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수 코치의 입가에 개구쟁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화려했던 1998년을 함께 했던 동료들을 떠올리자 그저 좋은 듯했다.
이동국-고종수-안정환으로 이어지는 'K리그 트로이카'는 2017년 현재 모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동국은 여전한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고, 안정환은 해설위원 겸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고종수 코치는 2011년부터 수원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각자 선택한 길은 달라졌지만 서로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했다. 세 사람 중 유일한 미혼인 고 코치는 '다둥이 아빠' 이동국으로 부터 "결혼을 빨리해라. 언제까지 독수공방을 할 것인가"라는 채근을 받는다. 고 코치는 "정말 하고 싶은데…. 결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동국이를 보면 가족의 힘이 느껴진다. 부럽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동시에 후배를 향한 진심이 담긴 조언도 남겼다. 그는 "동국이는 아이가 다섯아닌가. 무조건 오래 뛰어야 한다. 내가 빨리 해 봐서 아는데 은퇴하면 정말 아무 것도 없더라.아기들을 다 키우려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나도 결혼을 일찍 했다면 은퇴 안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성공적인 스포테이너의 삶을 살아가는 안정환을 향해서는 '폭로'를 예고했다.
"정환 형이 방송에서 '고종수가 나이트 클럽을 데려갔다'고 하더라. 정말 억울하다"던 그는 "내가 입만 살짝 털어서 과거 일을 공개하면 형은 방송하기 힘들다"고 크게 웃었다. 은근한 협박(?)처럼 들렸지만 격려도 잊지 않았다. "방송계는 텃새가 심한 곳이다. 정환 형이 축구선수는 어디를 가도 1등이라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한편 고 코치는 98년 시절 방송 출연을 열심히 했다. 혹시 '방송인으로 전업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도자의 무게감을 지키고 싶다. 방송에서 농담을 하다가 후배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