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곡군 왜관읍 로열사거리에는 1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 구두수선점 ‘로열수선’이 있다. 소아마비 장애인 이종호(55) 대표가 운영하는 가게다. 그는 "나눔 활동에 동참하면서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눔을 실천하면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모두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며 미소지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하고 경북 지역 600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 대표가 착한가게 캠페인 가입을 결심하게 된 것은 '사랑의 열매' 나눔 봉사단으로 활동 중인 단골 손님의 권유 덕분이었다.
"성격상 기부든 봉사든 남몰래 조용히 하고 싶지, 요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기부는 하겠지만 착한가게 캠페인은 가입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거절을 했지요. 그런데 그 손님께서 구두 수선을 맡기실 때마다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결국 그 취지에 공감하게 됐고 가입하겠다고 했어요."
37년째 '구두 수선사'로 살아온 이 대표가 이 길에 들어선 것은 18세가 되던 1977년 칠곡의 유명 양화점에 취직해 견습생으로 일하면서부터다. 장애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기술을 빨리 배워 자립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확고했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어려운 가정형편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2년의 견습 생활 끝에 독립해 점포를 마련했지만 운영난을 겪으며 5년 만에 접어야 했다. 좌절감을 겪으며 방황하고 있을 때 이 대표를 바로 서게 한 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이었다. 이 대표는 "그때 받았던 사랑을 꾸준히 되돌려드리고 싶었다"며 나눔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처럼 이 대표는 그 결심 이후 아무도 모르게 '나홀로 나눔'을 실천해왔다. 하루 하루 수익금을 모아 마련한 수십만원을 3개월에 한 번씩 인근 장애인복지단체와 노인복지단체, NGO단체 등에 익명으로 기부해왔다. 재능 기부도 하고 있다. 지역 내 장애인복지단체를 찾아 사회진출을 앞둔 장애 학생들에게 구두 수선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생이 다할 때까지 정기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기부액도 차츰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나눔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하나를 주면 그것은 꼭 배가 되어 돌아온다"며 하루 빨리 실천에 옮기기를 권했다. "자투리 커피값이나 점심값 일부를 아껴 기부에 동참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인근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 하나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생각의 전환'을 권했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사회적 약자들도 도움을 받는 처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예요.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피고 도울 수 있는 상생의 나눔 문화가 확산 되길 기대합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
◇ 착한가게란?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의 일정 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가게를 뜻합니다.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매달 꾸준히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7378개의 가게가 참여했습니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드립니다. 가입 문의 전화 080-890-1212, 홈페이지 http://store.ch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