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착한가게' 얘기를 꺼냈을 때 두 아들 모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셔야죠' 하더라고요. 살면서 그때만큼 기뻤던 순간이 또 없었던 것 같아요." 두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만연했다. 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콜로세움 건물 내에는 3곳의 착한가게가 있다. 팝스멀티플렉스 보문점과 블랙스미스 보문점, 카페베네 보문점 모두 '착한 세 모자(母子)'가 운영하는 착한가게들이다. 이들이 동시에 착한가게에 가입하게 된 데는 지난 27년 동안 나눔 활동에 앞장서온 어머니, 허숙자 팝스멀티플렉스 보문점 대표가 있었다.
울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 허 대표는 농협 주부대학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기부·기탁 활동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활동에 적극 나섰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나병 환자들의 병수발을 직접 들었다. "지금도 한 달에 250~300분을 직접 목욕 시켜들고 있는데, 그때마다 어르신들이 '딸보다 더, 며느리보다 더 좋다'고 하세요. 그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하죠."
남을 위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큰 아들인 김덕환 블랙스미스 보문점 대표가 어린 시절 얘기를 털어놨다. "어릴 땐 다들 엄마가 필요하잖아요. 항상 남을 위주로 사시는 어머니를 보며 '오히려 내가 소외계층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자립을 하면서 차츰 어머니가 매우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존경하게 됐어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자란 덕분인지 두 아들은 "착한가게에 가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덕환 대표는 "내가 따로 시간을 내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나의 노력들이 나눔의 현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착한가게의 취지가 좋았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인 김승환 카페베네 보문점 대표 역시 "장사가 잘되면 잘되는 만큼 나눌 수 있으니까, 일하면서 더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마음을 보탰다.
어머니의 '나눔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두 아들은 명절 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 나눔 활동을 해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벌써 4년 째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시청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소개받고 직접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많은 분들이 사정이 어렵지 않은 분들이셨고 심지어 풍족한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여러 번의 필터링 작업을 통해 추려진 20가구에는 매년 명절 마다 무조건 찾아뵙고 있어요."
나누고 봉사하면서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김덕환 대표는 나눔을 나무에 빗대어 설명했다. "'사랑의 열매'의 심볼도 나무 모양이듯, 저는 나눔과 나무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나무가 열매를 맺고 나눠주면서 더 성장하고 또 열매를 맺잖아요. 나눔 활동 역시 '단순히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만다'는 개념을 넘어서 나를 성장시키고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 착한가게란?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의 일정 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가게를 뜻합니다.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매달 꾸준히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7378개의 가게가 참여했습니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드립니다. 가입 문의 전화 080-890-1212, 홈페이지 http://store.ch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