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 시장의 아지매들이 '착한거리 1호'에 도전장을 냈다. 자갈치 시장의 상인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단체로 참여해 아예 착한거리를 만들겠다는 것. 빠르면 오는 11월 초에 부산에서 1호 착한거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자갈치 아지매들의 소문난 인심을 기부로 이어가려는 곳은 '전통시장 부산자갈밭상인회'다. 작년 7월 공식 출범한 이 상인회는 자갈치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4개의 시장 중 하나인 자갈밭 시장의 상인들로 이뤄졌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 2번 출구에서부터 부창빌딩까지 이어지는 자갈밭 시장은 '자갈치'라는 이름이 유래했을 정도로 오래된 시장으로 꼼장어나 고래 고기 식당이 유명할 뿐 아니라 수산물부터 어폐류, 잡화까지 다양한 종류의 가게가 밀집해 있다.
오래되긴 했지만 먹고 살기 바빴던 자갈밭 시장의 상인들은 최근에야 상인회를 만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힘쓰고 있는 것이 '부산 착한거리 1호'를 만드는 것이다. 작년 사단법인 등록 당시 회원수 80여 명(현재 120명)을 기준으로 40명 이상이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자갈밭 시장이 부산에서 1호 착한거리가 된다. 현재까지 20명의 상인들이 가입하거나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자갈밭상인회가 착한거리를 추진하게 된 것은 상인회 설립 취지와 맞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이웃 간에 사이좋게 지내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착한가게로 모은 성금은 자갈밭 시장이 위치한 부산 중구청의 저소득 가정 후원 사업인 행복수놓기에 사용될 예정이다.
돈이 아니라 현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상인회에는 식당 뿐 아니라 도매업, 신발가게 등 다양한 업종의 회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모두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거리 조성에는 3대째 내려오고 있는 꼼장어집 등 자갈치 시장에서도 유명한 가게들이 적극 나서고 있으며 자신의 가게가 없는 노점상들도 동참하고 있다.
부산자갈밭상인회는 다른 기부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설립된 지 1년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사무소 불우이웃돕기를 비롯해 부산중구장학재단에 장학금을 3회나 기부했으며 최근 자갈치축제에 무료 복국 2500인분과 회 4000인분을 지원했다.
이같은 기부 활동에는 어려울수록 돕자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후하고 푸근한 인심이 있어서 가능하다. 부산자갈밭상인회 박옥희 회장은 "경기가 어려워 빈 가게가 많다. 그래도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또 그렇게 하면 돈도 더 잘 벌린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 착한가게란?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의 일정 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가게를 뜻합니다.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매달 꾸준히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7378개의 가게가 참여했습니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드립니다. 가입 문의 전화 080-890-1212, 홈페이지 http://store.ch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