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데뷔를 꿈꿨던 연습생 시절에도, '믿고 듣는 밴드' 수식어를 얻은 데뷔 4년차에도 도전의 연속이다. 데뷔곡 '콩크레츄레이션' 하나 들고 홍대 클럽을 전전했을 땐 DAY6를 알리는 게 급선무였고, 첫 번째 월드투어를 마친 지금의 미션은 좋은 노래로 인정받는 것이다. 새로운 노래를 써야하는 건 당연하고, 전보다 더 좋은 연주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배로 늘었다.
다행인건 DAY6에겐 그럴만한 깜냥이 있다. 지난해 매달 신곡을 내고 콘서트를 하는 '에브리데이식스'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폭넓은 장르 소화력으로 팬층을 확장했고 중국 최대 음원차트에서 K팝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아이튠즈에서도 10개국 1위에 랭크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이뤘다. 올해 6월엔 '슛미' 로 강렬한 변신을 선언,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은 팬을 자처하며 열혈 응원을 보냈다.
최종 꿈인 '슈퍼스타' 밴드를 향한 길은 한참 남았지만 DAY6의 목표는 '폭풍성장'이 아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대기만성의 길을 걸어간다. 멤버들은 "가장 큰 라이벌은 어제의 DAY6다. 자신있는 음악들을 내왔고 앞으로 그걸 뛰어넘어야 하고 더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2편에 이어...
-영케이 씨는 지난 여름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죠. 영케이 "정말 신나요. 멤버들도 굉장히 축하해줬어요. 지난해에는 매달 활동하면서 학교 생활까지 같이 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경영학 전공자로서, 앞으로의 DAY6 활동 방향에 대한 생각은요. 영케이 "DAY6는 포지셔닝 자체가 독특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어느 한 쪽에도 기울지 않는 팀이죠. 사실 이런 주제로 과제를 낸 적이 있어요. 과제는 끝나면 바로 삭제해야 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진 않아요. 그때 데뷔 전 23세였는데, '어느 한 포지션을 정해 쭉 가면 기억되기는 쉽지만 흔들렸을 때 대체제가 없어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에 관한 과제였던 걸로 기억해요. JYP라는 장점을 살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음악적 자유도를 소재로 풀어냈어요. 그 과제에 따르면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아이돌이냐, 밴드냐라는 질문도 받죠. 영케이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린 둘 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도운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는 팀이죠." 성진 "사실 아이돌은 뭔가 다른 장르로 규정되는 것 같기도 한데, 아티스트와 아이돌 그 경계 또한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영케이 "그런 경계에서 '탈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이해가지 않는 단어예요. 저는 지드래곤 선배님 보고 가수가 되고 싶었고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지드래곤 선배님 때문이었어요. '탈아이돌' 수식어로 일컬어지는 지드래곤 선배님은 아이돌도 맞고 아티스트도 맞잖아요." 성진 "이런 수식어나 밴드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 자체가 감사해요. 두가지 색을 다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 좋은 의미로 받아드리려고요."
-성진 씨는 B1A4 산들 씨와 절친이라고요. 성진 "산들과는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때까지 함께 보냈어요. 같이 JYP오디션도 지원했죠. 지난 3월엔 콘서트를 보러와줬어요. 최근에도 연락을 했는데 '라디오 하니까 놀라와' 라고 하더라고요."
-반삭 스타일에는 계기가 있었나요. 성진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냥 '노란 머리를 없애고 싶다'는 하나의 결심이 있었죠. 머릿결이 상해서 온전한 내 머리로 기르고 싶어서 잘랐어요. 처음 반삭을 했을 때 군대나 실연 등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지만 다 아니에요. 그냥 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잘랐을 뿐이죠." 영케이 "성진 형이 반삭을 하고 싶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라 허락을 받았죠(웃음). 전 성진 형이 반삭을 한 것보다 JYP가 성진 형의 반삭을 허락해준 것에 가장 놀랐어요." 원필 "정말 우리 회사 리스펙트."
-곡 작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겠어요. 성진 "아무래도 헤어 손질 시간이 줄었어요." 영케이 "지난해만큼 급하게 곡을 써야하는 상황은 아니니까 멤버들 전반적으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어요. 멤버들이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를 많이 내요. 저는 '아름다운'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써서 가끔 가사에 진부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은 신선해요. 대표적으로 '노력해볼게요'가 있어요."-원필 씨가 만든 노래죠. 원필 "엄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예요. 곡을 쓰면서 팬 분들도 생각이 많이 났어요. 회사에 들려줬는데 좋다고 해서 앨범에 넣게 됐어요. 특히 박진영 형이 좋아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가장 악기 욕심이 많은 멤버는 누군가요. 영케이 "다 있지만 도운이 따라가진 못해요. 도운이는 눈 뜨면 드럼 동영상, 눈 감기 전에도 드럼 동영상 봐요. 도운이가 듣는 이어폰 밖으로 드럼 소리가 울려요." 도운 "'열심히 드럼치는 윤도운'이라고 소개하는데요, 제 큰 그림이에요. 죽기 전에 '드럼 잘 치는 윤도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만족할 때는 '내가 이 노래는 잘 치는 구나'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예전에 커버곡 준비했을 때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드럼이 밴드에선 큰 역할이라 들었어요. 도운 "박자를 잘 맞춰줘야 하죠. 녹음도 대부분 제일 처음들어가요. DAY6에서 제일 중요한, 중심을 잡는 거예요. 밴드에선 드러머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형들 지휘를 잘 해야한다는 임무가 있으니 잘 해내야죠."
-기타를 던지거나 이빨로 기타줄을 튕기는 과격한 퍼포먼스에 욕심이 나진 않나요. DAY6 "그런 퍼포먼스는 욕심나지 않아요. 우리 밴드에 어울리지도 않을 걸요." 도운 "드럼 스틱은 부실 준비가 되어 있죠."
-각자 하고 싶은 퍼포먼스가 있다면요. 원필 "종이 말고 실제 꽃잎이 날리는 야외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흩날리는 꽃잎을 보면 너무나 멋질 것 같아요." 영케이 "마이데이 분들 위로 마이크가 쭉 내려와서 우리와 같이 노래하면 좋겠어요. 녹음파일로 저장이 되면 다른 이벤트에 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진·도운 "장비 걱정없이 물 맞으면서 하고 싶어요." 도운 "뮤직비디오에서 물 튀는 드럼 장면을 찍었는데 물 먹는 드럼 소리가 또 달라서 매력을 느꼈어요." DAY6 "야외에서 크게 퍼포먼스를 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요. 10년, 20년이 흘렀을 때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DAY6'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tbc.co.kr 사진=박세완기자 영상=이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