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은 집안·성격·머리·외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여러 가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엄마 친구의 아들'을 줄여서 부르는 '엄친아'라는 단어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다. 2012년 Mnet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며 이듬해 가수로 데뷔했다. 우승과 동시에 미국 조지타운대에 합격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한 지도 벌써 6년째.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업과 음악을 모두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음표가 달렸으나 로이킴은 보란 듯이 두 가지 모두 잘해 오고 있다. 학기를 마치고 방학 때 한국에 오면 올 A 성적표를 받은 것이 종종 화제가 됐고,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 둔 시점에서 여전히 학점 관리는 꽤 잘하고 있다. 최근 마친 학기 역시 가장 최하점이 A-다.
6년간의 음악 활동을 성적으로 매긴다면 A라고 할 순 없지만, 누군가는 꽤 부러워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 왔다. 올 들어서 평균 점수를 꽤 많이 올리기도 했다. '그때 헤어지면 돼'에 이어 '우리 그만하자'까지 줄줄이 음원 차트 1위를 찍었다.
얄미울(?) 정도로 허점을 찾기 힘든 로이킴을 취중토크 인터뷰 자리에 앉혔다. 취중토크는 두 번째다. 4년 만이다. 주종은 맥주를 택했다. 맥주 1병을 가득 담은 맥주잔을 비워 냄과 동시에 얼굴이 약간 불거졌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꽤 솔직했다. 하지만 진솔하게 답할수록 빈틈을 더욱 찾기 힘들었다. 소신이 뚜렷했고, 험담을 싫어했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취중토크②에 이어
- '슈퍼스타K'에 나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가정해 본 적이 있나요. "있죠. 최근엔 좀 안 했지만 막 데뷔했을 때만 해도 자주 했던 생각이죠."
- 출연하지 않았다면 가수가 되지 않았을까요. "못 했을 것 같아요.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갈 생각조차 못 해 봤고 음악은 그냥 좋아해서 듣는 거고 가수는 그냥 TV에서 보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조차 못 했어요. '슈퍼스타K'는 그냥 나가도 금방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나갔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죠. '슈퍼스타K'를 한 지 벌써 6년이나 흘렀네요."
- '슈퍼스타K'는 어떤 의미인가요. "시작이죠. 가수는 인생의 옵션에 끼워 두지 않고 살았거든요. 그런 어린아이한테 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또 가능성을 보여 준, 음악을 할 수 있게 해 준 프로그램이죠."
- 지난 학기 성적을 물어봐도 되나요. "잘 나왔어요. 난 물어봐서 대답한 건데 공개하면 행여나 이상하게 보는 분들이 있을까 봐 걱정되네요. A- 밑으로 없어요. '과목으로 언론 플레이 하냐'는 사람이 많아서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난 늘 누가 물어봐서 대답했고 그게 기사로 난 건데요."
- 일과 공부 다 잘하는 비결은 뭔가요. "미국에 가면 할 게 공부밖에 없어요. 또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학교 성적에 대한 강박을 주셨고 그게 중요하다고 해서 뇌리에 좀 박혀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일단 목표는 A예요. 성적을 잘 받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 학기는 성적이 잘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요. 학점을 받기 어려운 과목만 남았거든요."
- 가수가 평생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누군가는 내 음악을 기다려 주고, 또 내가 음악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 음악을 할 것 같아요. 가수는 일단 계속할 것 같은데 다른 것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도 해 보고 싶어요. 사회학과인데 좀 더 공부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을 사회에 줄 수 있는지 공부하고, 그것에 대한 강의도 해 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사실 더 많아요."
- 콤플렉스가 있나요. "내 성격이요. 혼자만의 생각이 많고 그 생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잠을 잘 못 자요. 음악에 대한 고민도 있고 강박도 있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데, 더 좋은 가사를 써야 하는데' 강박은 밥 먹듯이 항상 있어요. 잘됐으면 즐길 줄도 알고 행복에만 휩싸여 있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럴 수 없는 성격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잘될수록 부담도 되고 더 무서워요.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나의 화를 표출할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론 어떤 특정 부분에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런 걸 표현하지 못해요. 어떤 상황이든 참으려는 성향이 강하죠. 내 성격인 것 같아요. 민폐를 끼치기 싫고, 내가 왔을 때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게 좋아요. 내가 왔을 때 갑자기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 6년 차예요. 어떤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나요. "'라이브를 잘한다던데?' 혹은 '노래가 좋다던데'라는 말을 듣는 기대감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라이브로 공연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이것을 통해 위로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면 가수로서 정말 보람차고 뜻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음원으로 듣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라이브로 노래를 들을 때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중요하니까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 선행도 꾸준히 하죠.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게 무섭지만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폭넓은 층을 놓고 봤을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나 또한 그렇고요. 그래서 행복의 기준과 기쁨의 기준은 다르지만 그런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고, 그런 걸 공부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싶어요. 기부할 때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기부하는 곳이 투명한가가 중요해요. 내가 준 몫 그대로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지가 제일 중요하죠. 내가 준 몫이 기관이 운영되는 데 쓰이는 건 원치 않아요. 한동안 동물 학대와 유기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최근엔 내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이 가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완전히 어릴 때 도와준다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해요."
- 12월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죠. "이번에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해요. 그래서 공연명이 '로케스트라'예요. 오케스트라 밴드와 콘서트를 하는 게 버킷 리스트예요. 금전적인 것도 많이 들어가고 합주 시간도 훨씬 많이 들어가서 준비 기간이 길지만 이번에 해 보려고요. 좋을 것 같아요."
-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아들과 딸이 보기에 멋있는 아빠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눈감는 순간에 '아들 딸이 잘 컸구나. 잘 키웠다'라는 생각이 들면 진짜 인생을 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은 꼭 하고 싶어요. 아직 좀 징그러운데 언젠가 하고 싶어요. 40대가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