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버지의 아들로 김구라 아들로. 만약 김현동의 아들이었담 친구들과 같았을까. yeah 걱정은 마. 난 보다시피 내꺼 하고 있어.'
그리(본명 김동현·20)는 2016년 5월 처음 선보이는 창작물이자 데뷔곡 '열아홉'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김구라의 아들로 살면서, 사생활이 거의 없는 삶은 살면서 느낀 외롭고 힘든 감정들을 담아낸 곡이다. 떠들썩했던 부모님의 이혼, 방송을 주로 하다가 음악으로 방향을 틀면서 쏟아진 이유없는 비난 폭격을 그리는 묵묵히 버텼다.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음악을 대하는 그리의 자세는 무척이나 진지하다. 예능에서 보여준 까불거리는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 뭔가를 이뤄내고 보여주려는 조급함은 없다. 빠르진 않지만 단단하게 기본기를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아직 앨범 한 장 없는 래퍼예요. 지금 당장 '김구라 아들' 수식어 보다 래퍼로서 인지도를 올리고 싶다고 기대하는 건 욕심이죠. 지금은 완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예술을 하며 살고 싶어요."
>>1편에 이어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지금처럼 음악은 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부담없이 음악을 했을 것 같긴 해요. 지금은 대중들이 제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보잖아요. 누가 실패하는 추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겠어요. 결국 전 나중에 성공할거란 자신은 있는데 그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게 사실 부담스럽긴 해요."
-모든 준비가 다 되고 자신이 있을 때 음악을 내길 원했나요. "네."
-그럼 Mnet '고등래퍼'에 나가고 이 전에 음원을 낸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소속사랑 계약을 맺었거든요. 5년 계약을 맺었는데 준비만 할 순 없잖아요. 연습생 계약도 아니고 전속계약이거든요."
-음악이 좋아서 혼자 계속 하긴 했지만 사실상 체계적인 연습생 기간은 없었던거죠.
"1년 정도 했죠. 회사에서 선생님을 붙여줘서 레슨을 배우긴 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연습생으로서 기간은 짧았죠. 하지만 그 점이 아쉽지 않아요. 기계적으로 남들과 똑같이 춤과 노래, 랩 레슨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 예술을 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좋은 영화, 좋은 풍경을 많이 보고 영감을 얻어서 생각을 키우고 싶지 틀에 박힌 레슨을 받고 싶지 않아요. 물론 레슨을 받으면 실력이 빨리 늘고 좋을 수 있겠죠. 하지만 기계적으로 배워서 선생님의 색깔이 저에게 입혀지는 건 원치 않았아요."
-어릴 때부터 방송 활동을 해서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 못 했을 것 같아요. 배움에 대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네 없어요. 그리고 영어 같은 경우는 기본 보다는 조금 더 그 이상으로 할 수 있고요. 아무래도 방송을 오래해서 웃기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게 저도 모르게 있나봐요. KBS 2TV '해피투게더'에 나와서 영어를 못하는 척 했는데 그게 좀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방송에서 공기의 흐름이 제가 영어를 못하는 걸로 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어를 못하는 척 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죠. 외국에 나가서 혼자 생활할 수 있을만큼 영어는 해요."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음악활동을 시작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덕분에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아버지가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어요. 그래서 차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시곤 했어요. 어느 날 아버지가 차에서 힙합을 틀어주는데 다른 장르에서 느끼지 못 한 전기가 왔어요. 포털사이트에서 에미넴을 검색해서 모든 무대 영상과 가사를 봤죠. 음악과 무대 뿐만 아니라 제스쳐부터 옷 입는 것까지 다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러면서 힙합에 점점 빠진 것 같아요. 외국 가수 뿐만 아니라 한국 가수들의 힙합 음악을 듣고 보면서 직접 가사도 써봤죠. 가사를 쓰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고 하면 할 수록 재밌다고 느껴서 더 빠지게 됐어요. '쇼미더머니'를 보고 힙합에 유입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 전부터 힙합과 음악을 좋아했어요."
-랩 뿐만 아니라 보컬 쪽도 관심이 많나요.
"물론이죠. 지금은 그냥 제 색깔로 노래를 부르는 정도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노련미가 더해져야겠죠. 완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스케줄이 없을 땐 뭐하나요.
"일단 밖엔 잘 안나가요. 원래 조용한 걸 좋아하고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집에만 있는 편이죠. 요즘엔 집에 있거나 작업실에 가거나 그러고요. 놀러 나가봤자 동네 PC방 정도예요."
-래퍼에게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실력이죠. 실력이 제일 우선으로 중요하고 메시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고 있죠. 생활비는 어떻게 하나요.
"돈 보고 음악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수익은 있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정도로 버는 건 아니지만 그 수익은 어머니를 드려요. 그리고 제 생활비는 아버지에게 좀 지원을 받죠. 왜냐하면 어머니 아버지가 이혼을 결정한 게 성격차이도 있지만 돈 문제도 컸어요. 저 때문에 두 분이 연결고리가 생기지만 이제 법적으로 남남이잖아요. 또 아버지는 이미 워낙 많은 돈을 갚아줘서 '엄마를 도와줘' '좀 더 희생해'라는 말은 못하겠고 제가 그렇게 말해서도 안되죠. 몇 십 억원을 갚아주셨는데 그건 평생 못 만질지도 모르는 정말 너무 큰 돈이잖아요. 근데 엄마가 아직 빚이 좀 남아있어서 제가 번 돈으로 그걸 다 갚아드리고 싶어요. 제가 번 걸 어머니를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 아버지에게 '나는 아들이니깐 지원을 해줄 수 있지 않냐'고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저한테 용돈을 주시고 있죠. 그 대신 절대 사치 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아껴서 써요."
-아버지 김구라와 방송인 김구라는 어떻게 다른가요.
"대중들이 이젠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선 삐딱하고 불평불만 많아 보이지만 뒤에선 그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 잘 챙겨주는 좋은 분이에요."
-아버지의 어떤 점을 제일 존경하나요.
"아버지가 성공하려고 과거 다른 분들을 디스했던 방식은 무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공격했던 분들과 지금은 다 잘지내는 것을 보면 아버지가 그 만큼 반성하고 노력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한 건 뭔가요.
"자기관리 잘하는 거요. 운동도 하고 피부 관리도 하고, 여러모로 자기 관리를 하라고 강조하셨죠. 워낙 집에서 안 나가니깐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