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다비치 "웃음 참으려 어금니 꽉 깨물고 무대 올랐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다비치(이해리·강민경)는 한결같다. 3년간 연습생 시절을 거쳐 2008년 데뷔한 다비치는 구설 한 번 없이 '음원 발매=좋은 성적'이라는 칭찬을 늘 달고 다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가 바뀌는 요즘 음원 시장계에 '믿듣다(믿고 듣는 다비치)'라는 말을 만들어 낼 만큼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올해 데뷔 10년이 된 이들은 여전히 우정 좋은 친구였다. "우리도 신기해요. 10년간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의견 차이는 있지만 충돌될 만큼 커진 적도 없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라고 하지만 글쎄요. 그렇게 10년을 버틸 순 없었을 걸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지만 다비치는 진한 발라드 '마치 우린 없었던 사이'를 발매했다. 무더위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오히려 깨고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가을에 발라드는 흔하지만 여름엔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욱 욕심냈어요. 사실 지난 앨범 수록곡이었는데 그렇게 내긴 아까워 남겼죠." 방송 활동 없이 라디오 1회 출연이 전부지만 역시나 '믿듣다'를 입증했다.

취중토크는 5년 만이다. 무더위에 맥주를 들이켜며 지난 10년을 돌이켰다. 그리고 다음 10년을 또 기약했다. "다음 목표요? 10년 뒤에 다시 이 자리에서 20주년 인터뷰를 하면 좋겠어요. 5년은 너무 이르니 10년 뒤 만나면 더 뿌듯하고 좋지 않을까요.(웃음)"

>>①에 이어






- 여행도 자주 다니던데.
이= "여행 가면 더 돈독해져요. 서로를 잘 알아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니까요. 싫어하는 행동은 굳이 안 해도 되고요. 여행 가면 행복해야지 싸울 시간이 어디 있어요."

 

- 팀이 10년간 유지될 줄 알았나요.
강= "3년을 같이 연습했잖아요. 1년이면 사람이 어떤지 대충 알 수 있는데 우린 3년간 싸우지 않았으니 10년간 안 싸우겠다 생각했죠."

- 비즈니스 그룹이라는 말도 있었죠.
강=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그게 아닌 걸 알아요. '쟤들 진짜 친하더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아마 방송국을 오가면서 우리가 얘기하는 걸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 소문이 돌 만도 하죠."

-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아 보면요.
강= "적지만 3개 도시 10주년 공연한 게 제일 좋았어요. 부끄럽지 않은 공연이었으니까요. 신인 때는 공연 끝나고 뒤풀이하면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어요. 만족하지 못해서요. 최근 3년간 그런 적이 없었어요. 전에는 여건이 되지 않아 손발이 어긋났는데 지금은 잘 맞아요. 서로 돈독해지다 보니 공연이 좋아지고 있어요. 자신감이 생기고요."

 

- 이해리씨는요.
이= "10년간 활발히 활동한 게 신기해요. 가요계는 변화가 빠른데 우리 스타일로 10년을 버텼다는 게 좋아요. 여성 듀오는 드물잖아요. 앞으로도 잘해 나가고 싶어요."
이= "큰 루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딱히 논란도 없었고요. 들쑥날쑥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쭉 온 거 같아 안타까운 일도 없어요."

- 아직도 음원 차트가 신경 쓰이나요.
이=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가수가 어디 있겠어요. 욕심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이진 않아요. '8282' 때처럼 '이번에 1위 해야 해' 정도는 아니에요."

- 10년간 활동하며 참 방송 사고가 많았어요.
이= "'음 이탈'은 없었는데 소소한 사고가 여럿 있었죠.(웃음)"
강= "그런데 사고가 나야 노래가 잘된다는 말이 맞나 봐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때 사고가 아주 몰아쳤어요."

- 의도하고 그런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어요.
강= "'쟤들 장난하러 무대 오르나'는 말도 들었어요. 웃음을 너무 못 참는 건 맞아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무대에 오를 정도니까요. 라디오는 특히 좁은 공간에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더 웃음을 못 참아서 아예 뒤돌아서서 노래한 적도 많아요."

 

- 다비치 하면 행사를 뺄 수 없어요.
이= "절정은 2009년부터 2011년이었어요."

- 특별한 행사도 많았죠.
이= "한번은 산 정상에서 행사를 하는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어 치마를 입고 힐을 신은 채 산을 오른 적도 있어요. 그렇게 무대까지 가서 노래했죠."
강= "바람에 취약했던 거 같아요. 가만히 서서 머리카락을 풀고 노래하는데 바람이 불어 얼굴을 다 덮어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죠."
이= "소 옆에서 노래한 적도 있어요. 임실치즈축제로 기억하는데 무대 옆에 소들이 묶여 있는데 거기서 노래했죠. 관객과 소의 시선이 함께 느껴지는 묘한 상황이었어요. 한번은 절에 가 스님 앞에서 노래한 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있었던 기억이에요."






>>③에서 계속

김진석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해방촌 아로이찡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