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천재로 불리던 한 소년은 어느새 노장 소리를 듣는 베테랑의 반열에 올랐다. 나이를 먹고 그라운드에 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천재'라는 수식어는 희미해지고 '평범'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중요할 때 번뜩이는 '한 방'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날카로웠다. FC 서울의 '해결사' 박주영(32) 얘기다.
박주영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18라운드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극장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골로 박주영은 올 시즌 리그에서만 6골(시즌 8골)째를 신고하며 득점 12위에 올랐다. 데얀(8골)에 이어 팀 내 2위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수치다. 리그에서 기록한 6골 중 3골이 페널티킥이라는 점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부분도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천재'로 불렸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골이다.
특히 올해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우라와 레즈(일본)와 경기서 터뜨린 그림 같은 프리킥이 그렇다.
당시 박주영은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 2002에서 펼쳐진 우라와와 원정경기에서 전반 14분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사이타마스타디움 2002를 가득 채운 우라와 팬들을 침묵시키는 강렬한 '한 방'이었다.
영국 일간지 미러가 박주영의 프리킥골 영상을 소개하며 "전직 아스널맨 박주영이 소름 돋는 프리킥골을 넣었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비록 이날 경기서 서울은 우라와에 2-5로 패했지만 상대 골키퍼가 손쓸 여지도 없이 골망을 흔든 박주영의 절묘한 프리킥은 그의 '클래스'를 보여 주는 의미 있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