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백인태·유슬기 "취미 될 뻔한 노래…음반은 꿈도 못 꿔"
눈빛만 봐도 통한다. 연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10년지기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백인태와 유슬기의 이야기다. 둘은 인터뷰 내내 서로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한 명이 얘기하면 한 명은 경청했고 부족한 답변이 있다면 채워줬다. 환상의 궁합이 따로 없었다.
이들은 JTBC '팬텀싱어'가 발굴한 성악가 듀오다. 비록 2위를 차지했지만, 당시 이들이 부른 일 볼로의 '그란데 아모레'는 음원사이트 클래식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보여준 가능성과 우정은 가요계까지 매료됐다. 최근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듀에토'라는 팀명을 지었다. 17일에는 앨범도 발표한다.
백인태와 유슬기는 한양대학교 성악과 출신이다. 같은 선생님 밑에서 음악 뿐만 아니라 인생관까지 공유했다. 백인태는 꼴찌였고, 유슬기는 수석을 놓쳐본 적 없었다. 백인태에게는 유슬기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배움의 대상이었고, 유슬기는 꼴찌인 백인태를 무시가 아닌 그의 미성을 존중했다. 주변의 따가운 질투에도 한 번 잡은 손은 놓치 않았다.
듀에토는 한국의 일 디보를 꿈꾼다. "꼭 성공해서 후배들에게 크로스오버 장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운명의 동지'인 두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공개한다. 이하 일문일답.
- 5월 데뷔 했다. 소감은.
백인태(이하 백) "첫 미니앨범이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꿈만 같다. '팬덤싱어'하면서 잘 되면 '노래를 더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음반을 낼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 하루하루가 힘들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유슬기(이하 유) "신기하고 놀랍고 기대되고 걱정되고 부담도 된다. 복잡미묘한 감정이다.(웃음)"
- 크로스오버 앨범은 대중성이 없는데.
백 "회사에서 대중성을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 '스타쉽엔 다른 대중적인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너흰 너희 음악을 하라'고 하더라. 정말 행복하고 좋았다."
- 어떤 곡을 담았나.
백 "팝페라 장르가 대부분 리메이크다. 우리 앨범엔 90%가 한국 노래다. 한 곡만 '팬텀싱어' 팬을 위한 곡을 담았다."
- 팀명이 '듀에토'다.
유 "'팬텀싱어'에서 (백)인태와 친구라는 이미지가 끝까지 가면서 둘의 사이가 부각됐다. 보통 듀엣이라는 단어는 익숙한데 여기에 품격을 더하고 싶었다."
- '그란데 아모레'로 클래식 차트 1위도 차지했다.
유 "꿈에도 생각 못했다. 1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우린 노래를 했을 뿐이다. 방송에서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백 "1위하려고 노래한 건 아니다. '팬텀싱어'에서 슬기와 1대1 배틀을 가졌다. PD님과 작가님, 심사위원들이 누구라도 떨어지면 슬퍼하게끔 만들자고 다짐했던 곡이다. 무대 올라가기 전 '룰을 바꿔놓자'고 얘기를 했다. 그 진심이 전해져서 많은 분들이 공감한 것 같다."
- '팬텀싱어'는 어떻게 지원했나.
유 "'히든싱어' 윤민수 편에 출연했었다. 그때 제작진이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취지가 좋아서 인태를 추천했다.
백 "사실 슬기 아니었으면 지원을 안했을 거다. 노래를 5년 동안 쉬는데 슬기가 마지막으로 노래 하자고 하더라."
- 인태 씨는 노래를 왜 쉬었나.
백 "성악으로 설 무대가 없었다. 노래를 하고 싶다면 다른 분야를 해야했다. 공부를 더 하려면 유학을 가야했다. 유학 갔다 온 사람도 무수히 많은데 무대는 한정적이고, 한국 사람들이 공감하는 음악이 아니라서 '취미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새벽 시장·마트 등에서 일한 적도 있다."
- 노래를 쉬고 있는 친구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었나.
유 "마음이 아팠다. 나도 대학 졸업하고 유학 계획 중에 서른이 됐다. 유학을 갔다와도 음악을 시작하기에 늦은 상황이었다. '다른 일을 해야하나' 고민도 했다."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