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37)이 달라졌다. 순수한 눈망울은 그대로지만 천사표 이미지는 싹 지웠다. 변신을 위한 변신이 아닌, 용기에 의한 변화다.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의 한지민은 오로지 백상아로 살아 숨 쉰다. 스스로 우려했던 도전이지만 과감한 선택은 '배우 한지민'에게 새로운 얼굴을 선물했다.
자신을 둘러싼 '천사 이미지'가 과대 포장됐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착하지만 순진하진 않고, 해맑은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지만 털털한 성격이 무기다. 30대 전후로 세상을 맛보고 씩씩함을 얻었다는 한지민은 "결국 모든 것은 작품과 캐릭터로 보여 줘야 하는 것 같다"며 '미쓰백' 이후 펼쳐 낼 무한 성장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인터뷰②에 이어
-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한 작품, 한 작품을 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꾸준히 했던 고민이다. 지금도 하고 있고. 늘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시점부터 느끼기 시작했고, 나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보편적 이미지가 불편하다기보다 과대 포장돼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 예를 들면.
"'한지민은 천사다' 뭐 그런 수식어가 있지 않나.(웃음) 예전에는 그게 좀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애써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직접 말하기보다 결국 연기로 보여 주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더라. 어떤 역할을 얼마나 잘 표현하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걱정과 우려만 할래. 도전을 못 하면 안 돼'라는 마음에 '미쓰백'도 택할 수 있었다."
- 오해받을 때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한 번 작업했던 포토그래퍼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내가 작업할 때 생각보다 예민했다고 하더라. '어떤 부분이요?'라고 물었더니 '성격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날은 조용했다'는 것이 답변의 전부였다. '나도 낯을 가려요'라고 하긴 했는데, 그것도 이미지가 주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지금은 달라졌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한 매니저와 15년간 일하다가 서른 살에 회사를 바꾸면서 독립했다. 씩씩해졌고,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해 늘 집에만 있었는데 서른 살에 다른 세상을 맛본 느낌이랄까? 돌아보니 젊은 시절에 해 본 것이 너무 없더라. 그전에는 마냥 잘 몰라서 지금보다 더 순진했다면, 지금은 착한 사람한테만 좋고, 아닌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낸다.(웃음) 그럼에도 순한 사람으로 포장되는 것 같다."
-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흥행 성적도 마냥 좋지 않았다.
"괜찮았던 것 같은데….(웃음) 드라마를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영화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작품을 선택할 땐 영화, 드라마를 구분 짓지 않는데 기회가 됐던 것 대부분이 드라마였다. 그리고 영화는 장르와 캐릭터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드라마에 비해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라고 더 많이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참여하고, 내가 한 역량에 비해 묻어가고 기댔던 작품이 많다.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지만 '이 영화 잘됐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웃음)"
- '미쓰백' 흥행 부담은 없나.
"처음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개봉이 다가오니 '그래도 내가 타이틀 롤을 맡았는데, 이 영화에 쏟아부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있는데'라는 초조함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흔히 말하는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하지 않나'라는 압박감도 있다. 여성 영화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혹여 흥행하지 못하더라도 보신 분들은 좋은 평가를 내려 주셨으면 좋겠고, 영화가 극장에서는 내려 가더라도 언젠까 꼭 한 번은 봐 주셨으면 좋겠다. 기대치는 낮게 잡았다.(웃음)"
-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능 추세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조금씩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삼시세끼'는 대본도 없고 그냥 그 장소에 다 풀어놓더라. '지민씨 마음대로 하세요. 자고 싶으면 자고 설거지하고 싶으면 해요'라고 했다. 이서진·에릭씨와 친하다 보니 더 편하기도 했다. 당한 것이 있어 놀리기도 많이 놀렸고.(웃음) '미쓰백' 개봉을 앞두고 백상아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예능과 안 맞을 것 같아 많이 고민했는데 '해피투게더4'는 포맷이 변경돼 토크쇼처럼 한다고 하더라. '그럼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 유재석씨를 믿고 해 보려 한다."